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월간 남친]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월간 남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의 두 살 터울 남동생은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았다. 그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주인공 조인성을 닮았었으니까.(참고 1)밖에 놀러만 나갔다 하면 소속사 명함을 두둑이 받아서 돌아오곤 했다. 그때 집안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동생은 자기 나름대로 연예계 데뷔를 해서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당찬 계획을 부모님께 털어놓았다. 그리고 표현 그대로 비 오는 날 먼지 날 때까지 맞았다. 아 물론 말(verbal)로.
남동생의 이런 진취적인 계획이 아빠를 화나게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컸다. 첫째는 아침마다 못 일어나서 맨날 두들겨 맞아야 학교도 겨우 가는 놈이 무슨 사회 활동이냐는 것이 첫 번째였고(참고 2) 두 번째는 네가 뭔데 다른 사람의 직업을 마치 돈 좀 벌고 빠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냐는 것이 이유였다. 직업이라는 것에 얼마나 큰 책임감이 따르는지. 그리고 남의 일이라 해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몸소 배운 덕에. 남동생과 나는 다행히, 혹은 가까스로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며 겨우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작품을,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평가한다는 것이 때론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제작자와 동일하게(?)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에. 어느 정도 선 까지는 그래도 말을 할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진 채, 매번 취미라는 이름으로 나를 포장하며. 매주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들게 하는 작품을 리뷰를 위해 만났다. 그것도 두 작품이나. 넷플릭스라는 같은 플랫폼 안에서. 한 작품은 배우라는 그들의 직업에 있어 찬사라는 벽돌이 한 장 더 올라갈. 그리고 다른 작품은 마치 치기 어렸던 남동생처럼 그들의 직업을 쉬울 것이라고 평가하게 되는.
[레이디 두아]는 사실 각본에 구멍이 많다. 스릴러. 혹은 추리 장르라면 반드시 설명을 해서 카타르시스를 안겨야 할 모든 부분들이 실밥이 터진 채 너덜거리고 있다. 심지어 직접 용의자가 경찰에 출두해 벌이는 기싸움, 혹은 파워게임은 신빙성은커녕 그 누구 하나 설득할 수 없는 말싸움에 가깝게 느껴진다. 짝퉁은 어떻게든 티가 난다는 대사가 마치 이 드라마를 스스로 대변하는 것만 같아 헛웃음이 절로 나왔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이 너절한 짝퉁도 걸치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명품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대부분 주연인 신혜선에 의해 이뤄진다. 이 마감도, 미감도 엉망인 가방을 그녀가 척하고 어깨에 얹는 모든 순간들만큼은. 갖고 싶어 안달 나게 하는 부두아 백 처럼. 그리고 진품처럼 보였으니까. 그만큼 이 드라마의 무성의한 시침질을 가리는 데는 그녀가 가진 연기력이라는. 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자가 연차, 혹은 경험이 쌓이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쳐 나가는 과정이라면 어느 정도는 기대할 수밖에 없는 능력을 지녔기에 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이 드라마는 눈에 보이는 허점들을 어느 정도는 흐린 눈을 하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흡입력을 발휘한다. 이 힘은 다음 화로 넘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하고, 사라 킴의 모든 행적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며. 마지막까지 완주한 뒤에는 그녀의 노고에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비록 드라마 자체의 서운함이 가슴 한편에서 여전히 남아 있다 하더라도. 신혜선이라는 배우의 힘은 그토록 강력한 것이며, 이로 인해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효과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경력 5년 차. 이직하기에 가장 탐나는 연차를 가진 포지션의 배우 지수가 연기한 [월간 남친]의 경우는 다르다. 출근 한 번 안 해본 티를 팍팍 낸다.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이니 이에 대한 고증은 그럴 수 있다 쳐도. 그녀가 하는 극 중 내레이션을 끄고 싶을 정도로 여전히 발성과 발음에 문제가 많다. 심지어 본업이 가수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단점은 극을 이끌어 가는 데 있어 치명적이다.
덕분에 이 드라마는 시작한 지 5분 만에 생명력을 잃는다. 삐까 뻔쩍한 컬러감과 통통 튀는 감각으로 중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판타지를 당장이라도 이뤄줄 듯한 지수의 상대역들이 대거 출연을 해도. 그 어떤 장면들에서도 소위 말하는 연애 세포를 일깨울 수 있다거나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없어진다. 그녀의 등장과 동시에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안다.
배역과 어울리는 캐릭터라는 평도 있고, 여태껏 해온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이다.라는 평도 있다는 것을. 심지어 그 말들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도. 그러나 굵직한 작품들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척척 꿰찬 그녀의 연차를 생각한다면. 지수가 들어야 할 말들은 그래도 낫다.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맞지 않는" 역할을 했다는 것과 "자격"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른 카테고리 이므로, 그녀는 최소한 이 작품에서 구독자들에게 "절치부심" 했구나.라는 말 정도는 들어야 했다. 물론 보기 좋게 실패했지만.
이는 결국 두 가지 불쾌함을 불러온다. 첫째는 그녀가 얼마나 이 배우라는 직업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말해 그녀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둘째는 쟤 정말 쉽게 일하는구나.라는 식으로 그녀의 노력마저도 폄하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녀는 스스로, 반드시 증명해 내야 했을 중대한 기회를 이번에도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본업으로 도망간다 해도 별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이고, 이제 정말로 지수에게 도망갈 구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사면초가의 상태에 처했다는 것 정도랄까.
그 무엇이 짝퉁이든 간에. 사라 킴은 자신이 가진 것, 처한 상황을 진짜로 믿고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허벌판 속에서도. 사라 킴은, 그리고 연기자 신혜선은 꿋꿋이 살아남았으며, 그녀의 이 지독한 생존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지수는 신혜선과 모든 것이 반대되는 시점에서 외로이 서 있다 하더라도 손조차 내밀고 싶지 않아 진다.
[레이디 두아]는 말한다.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할 수 있냐고. 그러나 이 질문은 틀렸다. 애초에 가짜는 사라 킴이 알고 있었던 이 디테일에서부터. 그리고 마음가짐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므로.
참고 1
그때 미모 믿고 까불고 관리 안 하다가 지금은 배 나온 심슨이 되었다. 역시 카르마는 존재한다(?)
참고 2
모닝콜을 1분 간격으로 해놓고도 절. 대. 안 일어났었다. 너무 화가 나서 남동생의 핸드폰을 변기에 잡아넣은 적이 있으며(두 번), 그 당시 남동생의 모닝콜 노래였던 비틀스의 [Yesterday]를 지금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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