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메리패스가 버저비터로 바뀌는 순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by Munalogi

이 글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동명 소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헤일메리 뜻:미식축구에서 경기 막판 역전을 노리고 던지는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긴 패스를 뜻하며, 도박성 짙은 '최후의 시도'나 '기적의 승부수'라는 의미로 주로 쓰임. 가톨릭의 성모송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절박한 상황에서 희망을 걸고 던지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의미로 사용됨.


사진출처:내 사진첩(iPhone 17 Pro)

두 가지 걱정이 앞섰다. 장장 692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을 어떻게 160분가량으로 구겨 넣었을지. 그리고 원작에서 꽤 큰 지분을 차지하는 과학 관련 설명분을 어떻게 잘 가공했을지.


누가 구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 멧 데이먼이 아닌, 라이언 고슬밥이 연기하는 앤디 위어의 우주 3부작 중 하나인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대한 걱정은. 이토록 원작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진심으로 우러나오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기우라는 말이 딱 맞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쓰는 말을 고른다면. 영화는 160분 마저도 길다며 투덜거리는 나의 입을 쏙 들어가게 하고, 걱정했던 과학파트는 적절한 선에서 설명을 마무리했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독자를 그레이스의 잃어버린 기억 저 편으로 끌고 가던 회상 장면 역시 최대한 정돈해냈다. 그 덕에 영화 자체로도 즐겁고, 원작의 팬이라면 기대해 마지않았을 각 태양계 대표 사절단(?)들의 귀환 작전도 감사히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니까.



사진 출처:다음 영화

물론 둘 사이의 장애물들을 없애는 바람에 뻥 하고 비어버린 공간은 꽤나 크고 아쉽다. 실제로도 많은 설명-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 과학적인 설정, 그레이스의 혼잣말 등-이 빠지는 바람에 플래시백과 그레이스의 현재 상태에서 빼꼼히 남아있는 시침질 자국이 보이기도 한다. 또한 로키의 부상 이후 30분 남짓밖에 남지 않은 그 순간부터는, 마치 아스트로 파지 가 0.92 광속까지 속도를 내고 있는 헤일메리 호를 탄 것 마냥 서사를 그저 흘려버리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둘 사이에 반드시 존재하길 바랐던 것. 활자를 뚫고 나와 두 생명체가 반드시 눈앞에서 생생하게 움직이길 바랐던 염원 때문일 것이다. 그 염원에도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도 그레이스와 로키의 우정, 혹은 범우주적 생명체에 대한 애정 정도가 되겠지.


흔해 빠진 우정일 수도 있건만. 어째서 이목구비도 없고 앞뒤도 없어 보이는 이 돌덩어리와의 관계가 이토록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울리게 할까. 가장 큰 이유는 그레이스에게 있다.



사진 출처:스포츠 동아

그는 자신의 인생의 한 순간에서. 어쩌면 더 적합한 적임자.라는 이름으로 헤일메리호에 탑승할 수도 있었을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것이 본인의 포기였을 수도 있고. 한창 학계에서 (다른 의미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배척당한 아픔으로 인한 등돌림일 수도 있겠지.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그는 또 한 번 찾아온 기회 앞에서 자신에게 솔직하기보다, 아이들을 방패로 세우며 숨는 것을 택했다.


그를 태워야만 하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를 비롯한 전 인류에게도 헤일메리였던 이 프로젝트는, 그레이스 개인에게도 어쩌면 자신에 대해 증명해야 하는 최후의 헤일메리 슛이었던 셈이다. 그것이 자의보다는 타의에 가깝다는 점이 그레이스에게는 어쩌면 또 다른 패배감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과 똑같은 임무를 가진. 하지만 마음 가짐만큼은 돌만큼이나 단단한 로키를 만나면서부터. 지구의 운명이라는 공을 손에 쥔 그의 손에는 점점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치이며 자신의 공을 빼앗으려 덤비던 광활한 우주 속의 조건들 속에서. 다섯 개의 발(?)로 저만치, 우직하게 달려가는 로키에게 공을 던진다.


영화는 이런 두 사람(?)의 아슬아슬하면서도 절묘한 패스로 화면을 채운다. 분명 이게 들어가면 소원이 없겠다는 헤일메리 패스의 연속이었는데. 영화 뒤로 갈수록.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쩌면 성공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마저 생기게 한다. 비로소 로키와 그레이스가 다시 만나고, 비틀스를 지구로 보내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 우주 허공을 가르며 무려 11년을 날아가야 하는 슛을 보며. 관객은, 그리고 지구에 남은 스트라트는. 로키와 그레이스는.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들이 남긴 마지막 이 패스이자 슛은, 방금 헤일메리에서 버저비터로 바뀌었음을.


[이 글의 TMI]

원작 소설과 영화를 비교한 콘텐츠가 3월 말에 팟캐스트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프로젝트헤일메리 #필로드 #라이언고슬링 #산드라휠러 #원작소설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칼럼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Cinelab크리에이터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영화꼰대 #원작유전자연구소

목요일 연재
이전 19화짝퉁은 진품이 될 수 없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