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과 리틀 드러머 보이 17

영화 [두 검사] 리뷰

by Munalogi

이 글은 영화 [두 검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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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긴 오나 보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아무리 식단에 야채를 추가해도. 그것이 회의 시간이건 개인 업무 시간이건 상관없이 춘곤증으로 인해 고개가 상모 돌리듯이 움직인다. 주체할 수 없는 잠보다 더 답답한 것은, 쏟아지는 봄의 전령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과. 과연 내가 이 불청객(?) 앞에서 저항할 마음이 있긴 있는가. 하는 두 가지 마음 중에서 어떤 것이 내 선택인지에 대해 선뜻 말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일 테다.


검찰청장(알렉산드르 필리펜코) 앞에 섰을 때의 알렉산드르(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한 술 더 떠서. 자신은 이 겨울의 끝을 몰아내는 전령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거추장스럽고 불쾌하지만. 그 뒤에서 조신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봄을 알리는 리틀 드러머 보이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였으니까.




image.png 사진 출처:다음 영

물론 처음부터 그런 고결한 마음을 품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진공상태에 존재했는지. 이로 인해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소리들이 그동안 얼마나 외면되었지를. 그는 수많은 머뭇거림과 충격 끝에 비로소 양손에 정의라는 북채를 틀어쥐었다.


그의 심경 변화를 보여주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마치 실제 그 시대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영화는 배경음(악)에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의 진공상태를 박살 내게 한 선율은. 무고한 시민이 피 토하는 소리와, 생명을 뱉어내듯 몰아치는 마른기침소리였다. 이 끔찍한 배경음을 바탕으로 세상에 대해 알게 된 신참내기 검찰은 당당히 북을 울리며 검찰청장 앞에 선 것이었다.



그러나. 결말에 가서야 알렉산드르는 깨닫는다. 이 우렁찬 북소리에 함께 공명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그렇게 믿고 있었던 권력의 정점마저도. 결국은 봄이 오는 것을 한 발 늦추기를 바라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그저 열일곱 번째 리틀 드러머 보이, 익스펜더블 이었다는 것도.


마지막에 내쉬는 그의 한숨은. 뜨겁다 못해 모든 것을 녹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 그가 느끼는 수많은 화, 울분, 그리고 체념으로 가득할 테니. 그러나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사회는 이런 그의 열기도. 그가 여전히 치고 있는 북도. 잔뜩 얼게 만든 채 그를 주눅 들게 하고 있었다.

영화를 지켜만 보고 있는 나는 그의 미래와, 그가 몸담은 사회의 미래를 알고 있지만. 어쩐지 그의 한숨이 이리도 신경 쓰이는 이유는 우리 역시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에 대한 회한을 느껴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그의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지만. 그가 반드시 알았으면 한다.


이 춘곤증 같은 시대도 지나가고. 수많은 리틀 드러머들 뒤에는. 반드시 봄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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