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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Apr 09. 2020

박사학위를 가위바위보로 딴 너에게.

마음 챙김

그림출처

우선. 축하해. 

6년인가 7년에 걸쳐 박사학위를 딴 것에 대해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그리고 얼마나 혼자 많은 생각을 하며 그 시간을 혼자 보냈을지. 나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시간 들이었겠지. 이젠 외국에서 포닥을 할 생각에 들떠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 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할 줄 알았지?

미안하지만 아니야. 

쌤통이다 이놈아

그림출처

난 네 지금 상황이 너무도 고소해. 사실할 수만 있다면 온 동네방네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너의 상황을 방송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뭐, 함께 일 했던 사람으로서의 마지막 도리 정도라고 해둘게.


오늘 내가 이런 편지를 쓰는 이유는 내가 너에게 추천해줄 책이 있기 때문이야. 아. 한글은 알지? 당연한 것을 왜 물어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소개할 책이 바로 이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야.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놓아버리는 순간들. 왜 그런 순간들 있잖아. 2020년 다이어리의 첫날에 너무도 자신 있게 2019년이라고 쓰게 되는 그런 순간들 말이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야. 그와 함께 네가 고쳐줬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이 책에선 담고 있으니, 얼마나 유익한 책인지 알겠니?


내로남불 오지고 지리고 렛 잇고
여러 가지 관점이 공존한다.

우리는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을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지하철 때문에 맨날 늦는다니까."
그러나 똑같은 행동을 남이 하면 우리는 그 사람을 탓하기 쉽다.
"그 사람 늦는 건 아주 고질적이야"

자신의 관점만 고수하다 보면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까맣게 모를 수도 있다. 반면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 지나치게 휘둘리다 보면 자신감이 깎일 수도 있다. 관찰자는 행위자에 대해 행위자 본인보다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각과 다른 시각들을 개방적으로 인식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관찰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인식을 통해 우리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110P


첫째. 내로남불 좀 그만둬.


두 사람 이상이 있으면, 관점은 최소한 두 개가 존재해. 다시 이야기하면 네가 생각하는 관점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관점이란 게 존재한다는 말이야. 네가 4시간 지각하는 건 전날에 술 마시고 새벽 두 시에 들어갔기 때문이고 내가 5분 지각하는 건 회사에 애정이 없어서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애초에 술 먹고 들어간 것이 핑계가 안 된다는 건 알고는 있지?(미친놈아)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의 어이없는 행동들을 보고 있자면 화가 나지만. 아무리 네가 미워도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네게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어(112p) 틀딱인 네가 보기에는 내가 얼마나 미웠겠어. 그렇지?


세월아.,,, 네월아...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생각이 만드는 거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두 번째. 이 구역 나무늘보는 너 하나로 족해.


널 보면 생각나는 말은 바로 학습된 무기력이야. 네가 무기력한 것은 상관없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까지 그 무기력을 학습하게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더 쉽게 이야기할게. 입조심하란 소리야.


이건 이래서 안된다 저건 저래서 안된다. 라며 다른 사람들의 시도 조차 도매가로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기력을 학습한 사람은, 해결책을 사용할 수 있을 때조차 노력해 봤자 소용없다는 고정된 사고방식을 가지곤 하지. 그게 너야. 마치 너 혼자 세상을 다 살았고 모든 불행을 껴안고 사는 것처럼 행동하는 너. 그 모든 것들이 너에게는 방해가 되고 벽이 되어서 결국엔 너 한 몸 있을 곳 외에는 모든 것들이 네게는 한계에 도전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거겠지. 알고 보면 단지 네가 무서움을 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야. 


애기야.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돼. 너처럼 말이야. 너는 그렇게 사는 것을 뭐라 하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은연중에라도 그런 한계상황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부탁이야. 너와 다르다고, 네게 낯설다고. 그 모든 것들이 틀린 것이 아니란다. 



네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에 고해야 할 그 인사.
세 번째. 당연한 것, 영원한 것은 없어. 


이 마음 챙김이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혹은 네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 부분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 볼게. 한글은 알지만 문해력은 떨어지는 너를 위해, 내가 다시 한번 마음 챙김이 무엇인지 설명해 줄 테니 잘 들으렴. 


마음 놓침이란, 

술 취한 김유신을 업고 집이 아니라 술집 앞으로 가버린 김유신의 말(Horse)이야. 

마음 챙김이란, 

그 상태를 각성하고 말의 목을 베어버린 김유신이라고 생각하면 돼.


물론 술꾼인 너였다면 그런 말을 목을 베기는커녕 남은 말들에게도 그 술집의 장소만 기억하라고 교육을 시켰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럼 마음 놓침 상황이 오면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낄 때도 있단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인구 중의 10% 안에 드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깟 박사학위 하나만으로 어딜 가도 대접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 그리고 여기서 하던 대로 어딜 가든 대충 해도 봐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일하다가는 잘리는 건 당연하고 고소당하게 될지도 몰라. 


네가 당연하다고 여기며 마음을 놓게 되는 그 순간, 너의 인생을 끌고 가는 말은 네가 가장 아꼈지만 너를 파멸시키기엔 가장 빠른 길로 너를 인도하게 될 거야. 늘 명심해.



하다 못해 이름이라도 써 봐. 제발. 
행동 모니터링이란 하루하루 일상생활을 하며 자기가 선택한 것들을 날마다 기록하는 기법으로서 이미 마음 챙김 증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된 방법이었다. 이 기법은 '사람은 선택의 기회가 있으면 동기가 높아진다'는 가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 128P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외국으로 가기 전에 내가 줄 두 가지 선물이 있어.

하나는 일기장이야. 뭐 물론 쓸 거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앞으로는 네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들에 대해서 써봐. 그게 하루에 하나든, 두 개든 상관없어. 이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쁨과 동시에 너의 루틴이 단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무조건 써야 해. 무조건. 너에게 있어서는 멸종된 동기라는 것을 높여줄 거야. 


두 번째는 거울이야.

자기애를 더 강하게 키우라는 말이 아니야. 넌 한국에서도 잘생기지 않은 얼굴이고 외국 가면 상대적으로 더 안 생긴 얼굴이 될 거야. 그리고 그렇게 자랑을 해대는 키도 외국에 가면 보통 키 밖에 되지 않겠지. 다시 얘기하면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라는 팩트. 그리고 네 키가 178이라는 것. 그 팩트만 기억하라는 말이야.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그 어떤 사심도, 감정도 섞지 않은 채 팩트만 본다는 게 자기애 강한 너에게는 힘들지 모르지만. 그게 네가 가진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아프지만.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말이야. 


이렇게 마음 챙김을 몸소 실천하다 보면, 새로운 범주를 만드는 것도, 새로운 정보들에 개방적인 것도, 그리고 그 옹고집 같은 관점뿐만이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의 바라보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거야. 분명히(104P)


부디 내가 틀렸다고 말해줘. 

물론 내가 너를 오해했을지도 몰라. 

이 곳이 아닌 환경이 다른 곳에서는 네가 이런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지도 모르지. 맥락이나 환경이 완벽히 달라질 테니 말이야. 너에게는 기분 나빴을 이 모든 말들이, 내게 선입견이었기를. 내게도 마음 놓침으로 인한 성급한 결과였기를. 바란다. 


그 넓은 가능성의 바다에서 기진맥진할 때까지 수영을 하고 백사장에 누워 만족한 숨을 내쉬던지. 


아니면 평생 그렇게 살던지.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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