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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alogi Nov 01. 2020

큰 심장 한가득 사랑을 담았던 오베

욱하는 성질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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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두 묶음에 10이면 한 묶음엔 5 여야지. 안 그런가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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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분노는 몰아치는 분노의 폭풍,  복수의 칼날을 품은 초강력 태풍과 같다. 이 같은 분노는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총체적으로 바꿔 잠재적으로 파괴를 일삼는 위협적인 인물로 만들 수 있다-24p

즉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통제하며 살기 위해서는 뇌의 모든 부위가 잘 작동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서 뇌의 일부가 고장 났거나 없거나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면 감정을 조절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52p

전두엽 피질에서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이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며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54p

늘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시도를 할 때면. 나는 여태 살아온 인생이 떠오르곤 했지. 오늘 밤은 자살 시도를 하지 않는데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이제 드디어 소냐 당신에게로 갈 그때가 다가오나 보군. 여태 매번 고대하던 순간이었는데. 반갑지만은 않은걸 보니 나란 노인은 참 모순덩어리 같기만 하구려. 


그래 소냐. 나는 참 몹쓸 노인이었어. 심술 난 얼굴을 한, 담배꽁초 하나 떨어 있는 것을 못 보는 참견쟁이 위인이었지. 43년간 일한 일터에서 새파랗게 어린것들이 날 잘랐던 그 날,  나는 자살을 하기로 마음먹었네. 당신의 무덤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아마 당신도 들었을 게야), 전화기를 해지하고. 말끔히, 그리고 단정히 차려입고 자살을 하려 했지. 눈을 질끈 감고. 내 크고 무거운 육체를 천장에 매달린 가느다란 실에 맡기려는 순간이었어. 


그때 파르바네가 끼어들었어. 나의 자살 시도를 앞으로도 번번이 망쳐놓을, 결국 오늘 이 밤 까지 나를 살려놓을  망할 임신한 여편네 파르바네 말이야. 그리고 또 나는 다시 한번 당신의 곁으로 가려는 시도를 하기 전까지, 동네 최고로 까칠하고 버럭질이나 하는 노인으로 살아있어야 했다네. 


하...ㅅㅂ 진짜 콩만 한 게 성가신데 고맙고 미안한데 짜증 나고. 때릴 수도 없고.. 얘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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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성 분노 & 체념 성 분노

예상치 못한 때에 갑작스레 나타나는 예측 불가능한 변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81p

모든 욱하는 성질은 바로 자신의 머릿속, 즉 뇌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자기 머리, 자기 뇌니까 자신이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신이 바꿀 수 있다.-87p  

삶은 종종 좋아지기는 커녕 나빠지기만 할 때가 있다.-167p

자신에게 중요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무력감에 의해 촉발되는 엄청난 분노이다. 이 현상은 정말 중요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떠한 방법도 통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다. -167p 

그래. 그렇게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어. 이게 다 망할 파르바네 때문이었어 소냐. 정말이야. 죽기가 점점 살기보다 더 힘들어지기 시작했어. 내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면 믿겠어 소냐?!! 그리고 운전 연수 스티커를 안 붙이면 불법인지도 모르는 파르바네의 운전 연수도 도와줘야 했지. 화를 내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도 해봤지만. 꼴에 면허 좀 빨리 땄다고 파르바네에게 경적을 미친 듯이 울려대는 녀석 때문에 화가 계속 나서 결국 또 이성을 잃어버렸다네. 파르바네가 내 얼굴을 보고 후련해하면서도 조금은 낯설어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정말로 어쩔 수 없었어 소냐. 


그것뿐인가? 철도에 누군가 쓰러져있어도 아무도 구하는 사람이 없었어. 울화가 치미는걸 겨우 참고 그 사내를 구해내는데도 이것들은 어찌 된 일인지 비둘기처럼 푸드덕거리기나 하고 망할 사진이나 찍어대고 있지 뭔가. 다들 잡아다가 철도에 같이 던져버리고 싶었다니까!!  게다가 그 공무원 놈은 어찌나 내 마음을 성가시게 긁어대는지. 늘 올 때마다 나를 꼭지가 돌 때까지 열 받게 하지. 세상은 나 빼고는 바보들만 사는 세상이야. 소냐.


가끔 그렇게 미친 듯이 분노하다가도 제정신이 돌아오면, 나는 온몸에서 모든 힘이 빠져서 더 탈진한 것 같은 상태가 되곤 해. 그리곤 생각에 빠지지. 대체 왜 나란 놈은 이렇게까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화를 내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후회하는 것이지. 그럴 마음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래. 소냐. 나는 그렇게 화내는 상황을 그리고 화를 내는 상황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화를 내고 있는 내가 점점 싫어지고 있었다네. 

 

뿌듯한데 눈물 나는 장면. 주머니에 손 넣은 뿌듯한 오베 너무 귀여웠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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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성 분노

복수를 꿈꾸며 해묵은 감정을 쌓아두는 경향이 있어요. 악감정을 품어 봤자 결국 저에게도 상대방에게도 해롭다는 거 알아요. 저와 비슷한 분노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충고는 하루빨리 치료를 받으라는 거예요. 가만히 두면 분노는 점점 심해지기만 하거든요. -111p

잠재적 분노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오랫동안 분노가 축적되었을 때 나타난다. 피해의 식, 어떤 사건에 대한 병적인 집착, 범죄자에 대한 도덕적인 분노와 증오, 복수에 대한 환상, 그리고 간혹 범죄자를 계획적으로 습격하는 행동 따위가 포함된다. 잠재적인 분노 중에서도 특히 상대방에게 도덕적인 차원에서 분개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113p

즉 잠재적 분노는 인생이 오랜 시간 동안 점점 나빠져 왔을 때에만 생긴다. -122p

당신이 휠체어 때문에 학교에서 일할 수 없었을 때가 기억나. 누구보다 우수한 성적의 당신이었지만, 단지 휠체어에 탔다는 이유로 모든 곳에서 거절당하던 그때 말이야. 나는 그래서 투서를 쓰기 시작했지. 그 잘 나빠진 하얀 와이셔츠들과의 싸움이 시작된 거지. 사실 처음엔 그 모든 싸움들이 외로웠어 소냐. 그 싸움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터뜨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라네. 단지, 당신이 있었기에 난 버텼을 뿐이었지. 차별받는 대상이 내가 아닌 당신이었기 때문에 말이야. 당신이 그랬지. 죽지 않으려면 죽을 만큼 버텨야 한다고. 그래서 버텼을 뿐이야. 소냐. 당신이었으니까.


그 망할 공무원들이 이젠 내 친구 루네를 함부로 데려가려고 할 때, 나는 당신 때와 같은 분노를 또 느꼈어. 당신이 예행연습시켜준 덕분에, 그때 갈고닦은 실력으로 또 한 번 이것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소냐. 참 이상하지? 또 한 번의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각오까지 했는데 말이야. 세상에서 나 빼고는 다 바보 병신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이젠 내 주위에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네. 

 당신의 사랑을 받고 자란 제자들. 성가셔서 제발 떨어지기를 바랐던 파르바네인지 뭔지 가족들,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한 루네, 심지어 그 떠돌이 고양이까지 말이야.


소냐, 내가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아. 

나는 점점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자살시도를 하지 않게 되었어. 처음엔 나를 성가시게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가 좋은 사람일 수도 있어서, 어쩌면 살려달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기에 이 사람들이 내 곁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지. 우습지 소냐? 이제야 나는 인생이 이렇게 사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당신의 미소는 늘 한결같았지. 내가 바보 같았을 때도, 모자란 인간이었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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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음에서 비롯된 분노  

나는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게 불편하다. 사람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싶지만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지도 못하겠고, 누군가에게 마음 편하게 기대지도 못하겠다. 다른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마음을 다칠까 봐 걱정이 된다. -238  

대체할 거리, 교체 물을 마련하지 않은 채 그만두면 진공상태에 빠지게 된다. 인생에 텅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그 빈 공간은 보통 자신이 그만두려던 바로 그 일로 다시 메우게 된다. 대체 원칙도 생각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새로운 접근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계속 기존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법이다.-251p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짧은 순간일 뿐이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사람 몇은 만난다.-253p

첫째,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며 과거에 좋은 판단을 내렸었다는 걸 보여준다. 한때 다른 사람을 믿었던 적이 있으니, 분명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들은 당신이 인류 전체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도록 해 준 사람들이다. 즉 당신이 사랑받을 수 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무언가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도와준 사람들이다.-254

자신에게 애정이 넘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자신에게 진정으로 충실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어라. 삐딱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욱하는 성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일르 막기 위해서라도 세상은 좋은  곳임을 믿어야 한다. 오늘 자신의 삶에 속한 사람들은 과거에 알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임을 날마다 스스로에게 상기시켜라. -261

중요한 것은 욱하는 성질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습관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72

하지만 소냐. 나는 결국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기에, 벌거벗은 것처럼 내 마음을 드러내야만 하겠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나를 괴롭힐 때. 와이셔츠를 입은 공무원들 때문에 아버지와 살던 집이 모두 사라졌을 때. 그때가 바로 내 인생에서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네. 내가 어떤 인간으로 살 건지 결정하는 그때 말이야. 


돈이 없고 상처 받은 나. 젊은 날의 그런 오베에게 유일하게 친절과 따뜻한 미소로 일관했던 사람.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 나는 굶어야만 했지만. 그런 마음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 결국 나를 바꿔줄 수 있었던 사람. 오늘 이 밤 까지 나를 조금씩 바꿔줄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지. 그게 바로 소냐 당신이었어. 당신의 그 눈부신 미소와 따스함은, 모자라고 버려졌다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그리고 나도, 우리가 속해있는 세상도 품었지만 당신은 결국 암으로 내 곁을 떠났지. 나는 두려웠다네. 당신이 없는 세상을 혼자 살아야 하는 것도. 당신 이외의 사람들을 내 마음에 담을 수 없다는 것도 나 스스로가 잘 알았기 때문이지. 그래. 나는 당신에게서 멀어졌다는 것에서 오는 뿌리 깊은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괴물이 되어버린 거지. 


의사가 그러더군. 나는 심장이 너무 크다고 말이야. 그 큰 심장만큼 당신을 더 많이 담을 수는 있었지만. 당신이 빠져나가고 나니 더는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었어. 아니 어쩌면 나란 인간은 더 많은 세상을,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내 마음에 담고 싶었기에,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고 싶었기에 더 크고 깊게 상처 받았는지도 몰라. 그랬기에 거기서 오는 그 모든 상실감과 실망감 때문에 평생을 분노에 휩싸여 살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 큰 심장 덕분에 나는 지금 이렇게 조용히 죽어가고 있다네. 고양이 녀석이 내가 이상한걸 눈치챘는지, 내 가슴팍 위로 올라오는 게 느껴지는군. 식어가는 내 몸을 제 조그마한 몸으로라도 어찌해보고 싶었던 모양이야.


소냐. 

이제야 드디어 당신의 곁으로 가네. 온 힘을 다해 평생을 화를 낸 덕에 당신보다 훨씬 더 찌들어 보이겠지만. 당신이 심어준 사랑의 씨앗 덕분에. 나는 마지막엔 그나마 사람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어. 당신은 언제나 나를 구해주는 구세주야. 잊지 마. 소냐. 당신 덕에 나는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었어. 그러니 그때 그랬던 것처럼. 내게 활짝 웃어줘 소냐.


[참고자료]

1. 책 [욱하는 성질 죽이기

2. 영화 [오베라는 남자


[이 글의 TMI]

1. 이토록 순수한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 보았던 오베가 진정한 승자임.

2. 어제 스쿼트 500개 해서 타자치는 손보다 다리가 더 빨리 후들거리는 상태에서 씀.

3. 사실 막판에 갑자기 너무 해피엔딩이었지만, 주머니에 손 넣은 오베는 귀염터졌음. 

4. 커피 마시면 이제 속 쓰려서 잠시 홍차 마시기로 했지만 오늘도 커피 두 잔째^^

5. 독일어 A2땄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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