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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road Feb 17. 2022

책을 만들기로 하다

'서울이 아니라면'이라는 글을 읽고

『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저자인 김희주 님을 처음 만난 게 작년 3월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편집을 마무리하면서 출판사 입장에서, 왜 책을 만들고자 했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몇 회에 걸쳐 적어보려고 합니다. 가능한 대로 지금까지의 과정 외에 앞으로 작업과 결과도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작년 3월 양양을 찾았습니다. 서울을 떠나 양양에서 생활하는 희주 님을 인터뷰하는 자리였는데요. 희주 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이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주 님의 블로그를 찾아 읽으면서부터입니다. ‘서울이 아니라면’이라는 카테고리에 서울에서 양양으로 내려가게 된 과정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제가 읽고 있던 『나의 10년 후 밥벌이』에서 "농사도 지을 거고 회사를 안 다니면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라는 문장이나 『디렉터리 4호』의 “서울에서 지내야 할 마땅한 이유"와 같은 표현들이 눈에 들어오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출판사 업무야말로 '서울이 아니어도 되는' 생활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가 바라는 게 서울을 떠난 '지역에서의 삶인지' 아니면 '삶의 어떤 다른 부분, 변화인지'가 궁금했습니다. 희주 님에게 궁금한 부분들을 묻고 듣기 위해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희주 님과 남편이 20년 가까이 살던 서울을 떠나 양양으로 가겠다고 결정을 하게 된 건 뜻밖에도 강원도 여행에서 구경삼아 들른 모델 하우스에서였습니다. 30분 만에 부부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아파트가 지어지는 2년 후 양양으로 이주할 것을 결심, 아니 실행으로 옮겨 버립니다. 여행길에 집을 사다니. 서울을 떠날 결정을 하다니. 그것도 30분 만에.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결심으로'인지 궁금함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희주 님을 만난 인터뷰에서 “왜”라고 묻지는 않았습니다. 희주 님은 주변으로부터 걱정과 우려, 기대를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큰일을 저질렀구나 싶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제가 약간은 걱정하는 어투로 '어떻게'라고 물으려 했던 게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다만 “충동적으로 사셨다고...”라며 저도, 희주 님도 웃었습니다. 그렇게 되었다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도 힘든 일인데 오히려 일은 그렇게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느닷없이.


사람들은 종종 선택을 결과처럼 여기곤 합니다. 양양으로 내려간 것이 종착점이 아닐 수도 있고 다시 서울로 올라올 수도, 혹은 해외로 나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선택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일 텐데 우리는 종종 선택 자체를 결과라고 규정을 짓습니다.

희주 님의 블로그에는 "선형적으로 쭉 성장하는 삶이 주는 단단한 안정감"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쩌면 대부분이 원하고 그렇게 교육받아온 삶의 방식일 겁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일은 실제보다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된다고 듣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길지 않은 인터뷰를 마치고 희주 님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몇 번의 연락을 거쳐 희주 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기 위한 출판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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