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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road Mar 03. 2022

첫 번째 원고 검토

첫 번째 독자, 편집자의 역할

『서울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만드는 과정,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처음 김희주 님에게 인터뷰를 청할 때 저 자신도 '쫓긴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요. 그게 '서울'이라서 환경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양양으로 사는 곳을 옮긴 김희주 님을 인터뷰하게 됐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몇 개월 지나 원고를 받았고, 원고를 읽고서는 몇 가지 질문을 저자에게 보냈습니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른 걸까?’ 하는 물음이 있었거든요. 저자의 블로그에서 글을 찾아 읽고 인터뷰를 하면서 정리했던 것과 원고와의 차이에 관한 물음이었습니다.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질문에 의해 어느 정도 글의 흐름이 정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묻고 답을 듣는 행위 자체에서 인터뷰이의 시각과 판단이 개입되기도 하고요. 그에 비해 원고는 오롯이 저자의 콘텐츠입니다. 저자는 콘텐츠에서 한 군데, 혹은 여러 군데에 힘을 주게 됩니다. 다만 그것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가에는, 편집자와 저자의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고에 담긴 여러 이야기에서 선택하고 집중하는 게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디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했습니다. 즉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저자에게 저자가 생각하는 글의 핵심,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저자의 답변은 선형적으로 성장하는 삶이 아니라도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선형적으로 성장하는 삶이란,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고 승진을 하고, 집을 사기도 하는 등 삶이 플러스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식의 삶을 말합니다. 꽤나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방식이고, 어쩌면 우리 누구나 바라는 삶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꼭 그렇게 안정적으로 나아가지만은 않지요. 바람과는 달리. 그래서 힘들어 하기도하고, 불행하다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기로 결정하고 살아가면서 겪은 고민과 일상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라고 했습니다.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극적인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 저자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선택을 보여주고 싶다고. 원고에서도 저자는 "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옆길로 새기도 하고 하염없이 뒤로 가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원고를 읽으면서 중요한 문장에 표시를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저자가 겪었던 것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독자이고요. 독자에게 저자가 했던 선택과 고민을 들려주는 게 이 책의 목적입니다. 저자와 편집자는 그런 목적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편집자는 독자가 되어 우리가 목적으로 하는 것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편집자는 첫 번째 독자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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