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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road Oct 04. 2018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나를 닮은 일' 세 번째 인터뷰 '책 낸 서귤'

세 번째 인터뷰이인 서귤 작가는 6년 차 직장인입니다. 또한, 퇴근 후에는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입니다.      


“이것마저 안 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서귤 작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데에는 『책 낸 자』를 재미있게 봤던 저의 개인적인 팬심이 컸습니다. 『책 낸 자』는 작가의 직장 생활과 더불어 첫 번째 독립출판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과 다른 무엇을 병행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다른 무엇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미 몸과 마음은 지쳐있기 일쑤이지요. 책에는 “그래도 해야 해. 이것마저 안 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직장 생활 중의 잠깐의 여유 시간을 온전히 작품 활동에 쏟아부으며 얻은 건 무엇일까요.    

 

서귤 : 회사에서 꽤 안정이 됐어요. 창작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인 갈증이 많이 해소된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보다는 ‘열심히 돈 벌고 끝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물론 야근이 있는 날엔 작품 활동을 못 할 때도 있지만요.     


서귤 : 지금은 ‘이것마저 안 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기록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면서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 털어내게 됐어요.     


해결책, 혹은 탈출구라고 해야 할까요. 힘들었던 직장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했던 작업들이 결과적으로는 직장 생활에도 안정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아마도 불안하고 부족하게만 느꼈던 생활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냄으로써 얻게 되는 자신감 같은 게 아닐까요.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다음’을 만들어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달라질 삶에 대하여     


『책 낸 자』에서 서귤 작가는 책상 앞에 ‘매일 하면 직업이다’와 ‘책을 낸 후에 달라질 삶’이라는 메모를 붙여 놓았습니다, 마치 수험생과 같은 모습이죠. 계획을 세우고 매일매일 해나가는 자신을 응원하고 결과에 대한 꿈을 꾸고….

작가가 바라던 '달라질 삶'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실제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서귤 : 20대 후반에는 취직만 하면 될 거 같았는데 막상 취직하고 나니까 내 앞에 펼쳐진 건 취직하기 전에 생각했던 게 아니었던 거죠. 그 지점에서 겪게 되는 또 다른 불안감이 있는 거 같아요.    


서귤 : ‘책을 낸 이후 달라질 삶’ 포스트잇을 붙였을 시점에는 인세로 백만장자 되는 걸 꿈꿨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실제 일어난 변화는 두 번째 책을 내는 거였죠.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정말 중요한 변화였어요.    

 

작가에게 『책 낸 자』는 서른 살의 본인을 기록하는, 오롯이 본인을 위한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 필요한 것은 작은 변화였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은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시기와 나이에. 문득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불안한 시기에. 

 

"이 사람도 재미있는 거 하는 데 나라고 못 할쏘냐"


작가는 독립출판물 작업이 '자기를 위한 작업'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독립출판물 작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작은 시도들이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변화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그림이나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냐는 질문에 서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서귤 : ‘이 사람도 재미있는 거 하는 데 나라고 못 할쏘냐’라는 마음을 갖게 되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분도 새로운 걸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이 글은 ‘나를 닮은 일’ 인터뷰를 요약, 재구성해서 싣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곧 출간될 ‘나를 닮은 일’에 수록됩니다.

다음 회에는 금호동 작은 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대표와 나눈 이야기 ‘먹고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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