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bbitroad Oct 10. 2018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를 닮은 일' 네 번째 인터뷰 '책 파는 박성민'

책방 안을 가득 채운 햇살이 아늑한 오후 풍경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나를 닮은 일’ 네 번째 인터뷰이는 금호동 언덕에 위치한 ‘프루스트의 서재’를 운영하는 박성민 대표입니다.   

   

작은 책방들이 많아지고, 책방 운영자들의 큐레이션을 통해 좋은 책을 만날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방문자 중 일부는 으레 사진만 찍고 책방을 나서거나 작은 책방을 통해 만난 좋은 책들을 책방이 아닌 온라인 서점을 통해 사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작은 책방은 어떻게 먹고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박성민 : 저는 최종 목적이 월세를 내면서 이 공간을 유지하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지금까지 고비를 느껴보지는 않았어요. 꾸준하게 월세를 냈었으니까.     


최종 목적이 월세를 내고,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그리 넉넉한 생활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랬을 때 사람들은 질문을 하곤 합니다. ‘먹고살 수는 있는지’    


 

먹고살 수는 있느냐고 묻는다면     


박성민 : 각자 먹고사는 기준은 다르다고 봐요. 저는 많이 소비하지 않아도 이 안에서 조그만 즐거움들을 누리고, 책방을 유지하는 데 충분히 만족하고 있거든요. 저마다 생각하는 소비 기준이 따로 있을 거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니까 저하고는 다른 거죠.     


내가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 때, 특히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 친구와 같은 주변으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그리고 내 안에서 떠오르는 궁금함 혹은 두려움은 ‘먹고살 수 있는가’일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회사를 그만둬도 괜찮을까?’, ‘다른 일을 찾고 싶은데 괜찮을까?’. 어쩌면 그 질문들 안에는 모두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성민 : 결국은 선택이죠. 그렇게 해서 자신에게 더 큰 만족감이 있다면 그걸 선택하면 되는 거니까, 뭐가 더 큰지는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자유롭다, 책임을 진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박성민 대표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박성민 : 자유롭다는 느낌, 어쨌든 제가 책방을 차리기 전에는 시스템 속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에 출근과 퇴근은 물론 밥 먹는 것까지 거기에 맞춰야 하잖아요. 여기서는 당장 안 해도 되고 나중에 해도 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어요.     


자유로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박성민 :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한 부분에 대해서 책임도 내가 다 질 수 있으니 자유로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각자 먹고사는 기준은 다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가끔 기준을 나의 만족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나의 선택은 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쫓는 그런 선택이 되고 맙니다.     



삶을 실현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박성민 대표의 에세이 『되찾은:시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이상적인 삶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런 삶을 실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런 의미로 시작한 책방은 내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왜 책방을 하는 건지. 밥은 먹고살 수 있는지. 현재에 만족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인터뷰를 마치면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박성민 :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계속 쓰는 것, 이게 책방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더라고요. 책방을 하는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니까요.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지속해서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나를 닮은 일’ 인터뷰를 요약, 재구성해서 싣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곧 출간될 ‘나를 닮은 일’에 수록됩니다.

다음 회에는 아침 출근길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 스타트업 왈이의 아침식땅 김지언 공동대표와 나눈 이야기 ‘머뭇거리고 있다면’으로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