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기록, 매거진 B의 10주년 아카이브 전시
'브랜드'가 무엇인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다녀왔다.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해 정리해본다.
매거진 B의 10주년 아카이브 전시는 훌륭한 브랜드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오랜 시간의 기록과 아카이빙은 그것만으로 전시가
가능하단 것을 알려주었다.
매번 훌륭한 브랜드를 골라 간행물을
발간하기 위해 고심했을 것이고,
그 10년의 고심한 기록들을 한데 모아 나열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지 않을까?
데이터가 한데모여 정보를 가공한 매거진이 되었고
이제는 사람들의 경험까지 더해져 지식이 되었다.
입장부터 눈을 사로잡는 매거진B로 가득찬 벽은
팝아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사진찍기 아주 좋은 공간을 지나 그 간의 간행물들을 숫자로 달력처럼 걸어둔 공간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소개글이 적혀있어
좋았는데 관람객이 직접 가져갈 수 있게
해두어 다들 좋아하는 브랜드들을 찾아 가져가는
모습이 재밌었다.(물론 가져와서 잘 보진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간은 아무래도 실제 브랜드의
물건들을 오브제처럼 활용하여
마치 예술작품처럼 전시해 둔 섹션인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표적으로 이솝, 포터, 기네스, 윌슨, 비브람, ECM, 딥디크, 리모와, 라이카, 츠타야, 롤렉스, 넷플릭스,
무인양품, 미슐랭, 르 라보, 매종 키츠네, 샤넬 등의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고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
즐겨 사용하는 이솝 룸 스프레이나 나리타 공항에서 사온 포터 가방, 퇴근 후 한 잔의 위로인 기네스 맥주, 주말마다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윌슨 테니스 용품,
트래킹에 언제나 함께인 비브람 솔이 들어간 기능성 신발, 키스 쟈렛이 생각나는 ECM의 재즈 앨범들,
선물을 위해 고심하며 시향했던 딥티크 향수와 일상을 함께하는 무인양품의 생필품들 외에
요즘 즐겨보는 넷플릭스와 오픈런을 시도한 샤넬 가방까지 추억이 담긴 물건과 브랜드들도 있었고
사용해보진 않았으나 그저 좋아하는 선망의 대상인
리모와 캐리어, 라이카 카메라, 롤렉스 시계,
르 라보 향수와 매종 키츠네의 물건들도 있었다.
소유했거나 경험했던 것들과 아직은 미지의 대상이자 선망의 존재인 브랜드들까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브랜드는 그야말로 우리의 생활이며,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일 수도 있고 물건 그 자체로서 하나의 오브제가
되는 예술품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에 브랜드를 빼고 이야기하면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취향은 어떤 근거로 설명될 수 있을까?
취향과 생활이 곧 브랜드이고 다수의 사람들이 선호하는게 브랜드 파워라면 오랜 시간 우리곁을 지키고
있는 브랜드들은 우리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충분조건이기 이전에 하나의 필수조건으로서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전시를 다 보고 옥상에 가면 오픈된 공간에 푸드매거진.F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관람으로 지친
관람객들에게 당충전을 위한 아이스크림이 제공되었다.(마치 식당에서 깜짝 서비스 음식을 받은 느낌.)
남산을 바라보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전시의 마무리가 사뭇 더 달콤하고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왜일까? 전시라는 파인다이닝 코스의 마무리로 훌륭했던, 그리고 좋은 기억을 남겨줄 디저트였다.
좋은 식당은 마지막의 기억과 입 안의 기분까지 생각하는 디저트에 혼을 기울이듯,
지친 몸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달콤한 기억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전시가 결국 좋은 전시가 아닐까?
* 서울에, 그리고 남산 근처에 숱하게 많지만 왠지 더
진짜 같은 남산 돈까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