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식(食)과 주(住), 검은 호랑이와 범섬
제주의 밤과 바다는 유난히 검다.
어두운 만큼 동이 트면 바다는 푸르다.
제주도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건 여행자의 입장 때문일까,
아니면 제주도 특유의 기운이 편하게 해주는걸까.
여행을 갈때마다 매번 하루 정도는 비가 내린다.
서울에서는 갑작스런 폭설이 내린 날이었기에 야속하지만은 않았지만
식당에서 웨이팅을 하게 된다면 상황은 또 다르다.
제주도 안의 또 다른 섬 ‘숙성도’
요즘 제주도에서 가장 먹기 힘들다는 돼지고기 전문점인 ‘숙성도’에서 맛 본 숙성 돼지고기는
숨어있던 미각을 깨울만큼 훌륭한 맛이었다.
왜 인기가 있는지, 이른 시간부터 웨이팅을 하는지는 직접 경험해보고 맛봐야 비로서 알 수 있다.
내가 느낀 인기의 이유는 우선 '경험'이다.
돼지고기 전문점이 즐비한 제주도에서 이렇게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화'가 있다는 반증이며
그 차이는 바로 맛의 다양성과 서비스이다.
이제는 익숙한 멜젓부터, 갈치속젓, 고추냉이부터
제주 고사리와 이 곳의 시그니처인 명란젓까지 고기와 곁들어 먹을 소스와 사이드 메뉴들로
먹을때마다 새로운 변주를 줄 수 있다는것이 가장 큰 인기의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서비스이다.
숙련된 직원들의 고기굽는 기술과 접객능력은 기본이고, 다양한 재료들을 직접 조합해서
내어주는 서비스는 가장 친절하고 올바르게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제일 인상깊었던 메뉴는 삼겹살인데 숙성때문인지 품종의 특성때문인지 고소한 버터향이 감돌았고
보편적인 메뉴에서 인생 맛을 느꼈다는건 어찌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풍미와 감칠맛 모두 최고였다.
숙소는 달가든 하우스에서 묵었는데
고급 타운 하우스라서 그런지 인테리어부터
모든것이 고급스러웠다.
아르떼미떼와 루이스 폴센의 조명등, 제네바 스피커, 발뮤다 전기포트와 토스터기 같은
이른바 감성템부터 전용 수영장과 노천탕까지 없는게 없는 숙소였고
무엇보다 압권은 전면에 시야를 사로잡는 범섬이 보이는 망망대해의 풍경이었다.
‘검은 호랑이’와 ‘범섬’
시린 눈에 가득차는 제주 바다와 범섬의 풍광은
순간적으로 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는 풍경이었다.
그저 바다이고 섬인데 태초부터 존재하던거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서 그리워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도심의 마천루에 지친 여행자로서의 잠깐의 힐링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바다를 무심히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아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의 기운을 안고 돌아온 여행의 끝자락에서 브런치 작가에 응모 하게되었고
호랑이의 형상을 한 ‘범섬’의 필명을 가지고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부터 작가 활동을 시작해보려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