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못할 결심

서로 다르지만 같은 것들(헤어질 결심 영화 스포 포함)

by 범섬

1.

헤어질 결심을 한다는 것은

반대로 헤어지지 못할 결심을 고백하는 것과도 같다.


영화에서 가장 주요한 모티브가 되는

산과 바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모두 태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자리한 것들이다.


이름마저 바다를 닮은 해준과 산을 닮은 서래는

각자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끝내 헤어지지 못한다.


해준의 의심은 바다를 닮은 흐린 청색이었지만,

서래의 진심은 산을 떠올리게 하는 밝은 녹색이었다.


결국 사건은 미결이 되고, 사랑은 영원이 되었다.



2.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에서 해준이 붕괴되고

서래가 바닷속에 가라앉듯이

나 또한 파도가 덮치듯 급격히, 또는 종이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붕괴되어 가라앉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본 것이 청색의 불륜이었는지

녹색의 사랑이었는지 안개에 가려 잘 분간이

되지 않게 된다.


이렇듯 모호한 청록색의 영화인 헤어질 결심은

영화가 주는 여운과 사색을 가져다주는

올해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3.

밥을 챙겨주는 서래가 고마워 고양이가 가져다준

까마귀를 처리하듯 같은 물통으로 흙을 퍼내어 자신을 묻어버린 결말은,


까마귀를 바라지 않던 서래처럼, 그녀가 사라지길

바라지 않던 해준에게는 원치 않던 결과일 수 있지만

사랑의 방식과 시차마저 달랐던 둘에게는

각자가 최선의 방식으로 사랑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