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은 마음의 두 얼굴

성실과 회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

by 톨루엔

어릴 때부터 나는 “열심히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고, 숙제를 하루 먼저 끝내고, 발표문도 수십 번 고쳐서 제출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칭찬했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달랐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순간 "완벽해야 한다" 라는 강박으로 바뀌곤 했다.


예를 들어, 글 한 편을 쓰다 보면 작은 쉼표 하나에도 집착하게 된다. 문장의 리듬이 조금 어색해 보이면 다시 지우고, 단어를 고르고, 또 고친다. 그러다 보면 글은 완성되지 못한 채 초안만 늘어간다. 겉으로는 성실해 보이지만, 사실은 결과를 내놓지도 못하고 마지막에는 숨어버리곤 했다.


이 모순을 깨닫게 된 건 회사 생활을 하면서였다.

보고서를 마감 기한에 맞춰 제출해야 하는데, 나는 늘 ‘조금만 더 다듬자’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제출은 늦어지고, 상사의 눈총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나와의 역할 분담을 다시 정했다.

완벽주의는 품질 점검자로 두고, 나는 출발 담당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완벽하게 다듬은 뒤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내보내고 필요하면 고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내보낸 결과물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을 때가 많았다.

빈틈이 보이니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난다는 피드백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 나를 성장시킨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지나쳐서 완벽주의로 굳어질 때는 오히려 내 발목을 잡는다.

결국 중요한 건 잘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내보내고 고쳐나가는 과정이다.

나는 오늘도 속으로 다짐한다.


“완벽보다 출발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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