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뒤에 숨은 감정, 인정받고 싶은 마음

“네 말도 맞는데, 내 말도 좀 들어봐.”

by 톨루엔

우리가 고집을 부릴 때, 사실 이 말이 속마음인 경우가 많다.

논리와 이유를 앞세우지만, 깊숙한 곳에는 “나를 무시하지 마라”,

*“나도 존중받고 싶다”*는 감정이 깔려 있다.


나는 최근에 가족과 저녁 메뉴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아내는 새로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자고 했고, 나는 평소 단골집을 고집했다.

처음엔 ‘실패 없는 선택’을 내세우며 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가 커졌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나는 메뉴가 아니라 ‘내 말도 존중받고 싶다’는 감정을 지키고 있었던 것임을.


고집은 종종 불안에서 출발한다. “혹시 내가 틀리면 어쩌지?”, “내 말이 무시당하면 내 존재도

가벼워지는 거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우리를 더 단단히 움켜쥔다.

그래서 상대가 다른 의견을 내면, 그 자체가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논리가 아니라 마음의 생존 본능이 반응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회의에서 내 아이디어가 단칼에 잘려 나가면,

순간 내 일주일의 노력이 무시된 것 같다는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때 내 입에서 나오는 고집은, 사실 아이디어를 지키려는 것보다 “나를 인정해 달라”는 절규에 가깝다.


문제는 이 감정을 솔직하게 꺼내놓지 못할 때다. 우리는 “너 왜 그렇게 고집이 세냐?”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오히려 더 논리적인 척을 한다. 하지만 정작 상대가 알아차리는 건 논리가 아니라 억지스러움이다.

결국 대화는 더 꼬이고, “똥고집”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그렇다고 고집 속 감정을 무조건 숨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가끔은 이렇게 말하는 게 낫다.
“사실 내가 틀릴 수도 있는데, 그냥 내 말도 존중받고 싶어서 그래.”
이 짧은 한마디가 대화의 공기를 바꾼다.

상대도 아, 지금은 논리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본능적인 욕구 중 하나다.

그러니 고집의 상당 부분이 그 욕구에서 나온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 감정을 논리라는 포장지 속에 억지로 싸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다음번에 당신이 고집을 부리는 순간이 온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사실을 지키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을 지키고 싶은 걸까?

어쩌면 답은 이렇게 단순할지 모른다.


고집은 ‘내 의견을 지키는 싸움’이 아니라, ‘내 마음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외침’일 뿐이다.

이전 01화내 고집은 똥고집일까, 합리적 고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