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짝사랑에 대한 단편적인 시선
그녀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나의 시선은 전혀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세계에 잠겨 있다.
바람결을 머금은 긴 머리칼은 높이 묶여 찬란한 햇살 속에 흔들리고 이마를 가린 앞머리조차 머리핀 하나에 포근히 안겨 있다.
그 빛에 비친 맑은 얼굴이 눈앞에 펼쳐지며 이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식은땀을 흘린다.
그녀는 이윽고 다시 고요히 움직인다.
아침의 고운 빛이 스며든 은은한 화장과 붉은 입술은 마치 새벽의 여명을 연상시키고 검은 민소매 블라우스는 그녀의 자태를 한층 더 신비롭게 감싸 안는다.
오늘따라 짧게 입은 연두색 미니스커트는 마치 빛줄기에 빛나는 연못의 물결처럼 반짝이고 있다.
그녀의 가지런한 다리,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자연의 숨결이 사계절을 온전히 품은 듯 나를 감싼다.
그녀는 여전히 벤치에 앉아 나의 시선은 전혀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세계에 잠겨 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마치 나만이 아는 비밀의 풍경처럼 빛나고 나는 그저 바라볼 뿐, 단순하게 무던한 그 미소에 오늘도 무너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