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월 Jul 29. 2024

새싹과 글쓰기

새싹과 글쓰기의 공통점에 관하여

 어머니가 준 애플망고 씨앗에 새싹이 움텄다. 아기 손바닥만 한 씨앗 그 어디에 숨어있었던지, 한 쪽으로는 새싹이 반대쪽으로는 뿌리가 자랐다. 아내와 신기하다며 감탄하고 이내 곧 화분에 심어주었다. 씨앗 쪽으로 허리 굽어있던 새싹은 심은 지 하루 만에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햇빛을 바라본다. 열 평짜리 좁은 집에서 얼마나 자랄지, 풀 줄기가 아닌 단단한 그 나무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기특하여 잘 키워볼까 한다.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은 기본적으로 남의 시간을 뺏는 행위다. 주욱 늘어진 이 활자들을 읽는 데에 한 번, 머릿속에 그려가며 상상하는 데에 한 번. 그것은 남의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일이다. 이기적이라 칭할 수 있는 이 일을 나는 계속해서 행하고 싶다. 나의 글쓰기는 이타심에 근간을 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떠오르는 감상들을 무시할 수 없어 글이 쓰고 싶어진다. 떠도는 상념들을 내 언어의 틀에 끼워 넣어 배열하는 이 행위가 꽤나 재미있다.

 나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것은 수고롭다. 주욱 늘어진 그 활자들을 읽는 데에 한 번, 머릿속에 그려가며 상상하는 데에 한 번. 그것은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책 읽기를 멀리하고 지낸 기간이 길었다. 10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책 읽기로 보내던 나의 여가시간을 때로는 게임이, 때로는 유튜브가 채웠었다. 그렇게 쏟아지는 콘텐츠를 소비한 후에야 그다지 재미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제된 글로 단장한 채 가만히 앉아서 나를 기다려준 책이 더욱 좋아졌다. 책을 멀리한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어딘가 허전했다. 문장들만이 채울 수 있는 그 공간들을 이제라도 채워가려 한다.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속에 씨앗을 하나 심는 것이다. 당장에 재미라는 과실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씨앗은 건강한 마음을 비료 삼아 단단한 나무로 자라날 것이며, 그때는 이로움이란 과실을 내어줄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이기심에 근간을 두고 있으나, 이 씨앗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하게 된다면 그것보다 큰 기쁨은 또 없을 것이다.


이전 21화 문화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