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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월 Oct 23. 2024

빨래와 풀

일월 시집

삼십 분이면 널어두었던 빨래가 미라처럼 바짝 마르고야 마는 한여름에도 풀은 벌꿀처럼 촉촉하다 아니 바다처럼 끈적하다 그러나 한겨울에 풀은 미라가 되고 빨래는 샘물처럼 마르지 않을 것이다 - 너와 내가 함께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만다


풀이 벌꿀처럼 촉촉하다 못해 바다처럼 끈적해지는 한여름에도 빨래는 삼십 분을 못 가 미라처럼 바짝 말라버린다 그러나 한겨울에 빨래는 차라리 얼어붙어 마르지 않을 것이며 풀은 사막의 모래 알갱이처럼 퍼석거릴 것이다 - 너와 내가 운명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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