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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Oct 11. 2023

헛짓하다 좋은 영감이 떠오를 때

밤새 잠도 자지 않고 유튜브나 보다가

이어폰을 빼고 잠에 들까 하면

문득 엄청 좋은 영감이나 글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고민하고 있던 책 표지 디자인의 아이디어라거나,

기억하고 싶었던 과거의 일이 떠오른다거나.

평상시 잠에 들 때에는 생각도 안 나던 것들이

아침이 될 때까지 헛짓거리를 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안녕! 날 메모해!”라며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보통 쓸모가 많은 생각들이라

귀찮아도 눈을 뜨고 메모해야만 하는 것이다.




비생산적으로 유튜브만 보던 나에게, 가끔씩 그런 행운이 내려지면

양가적 감정이 들게 된다.

하염없이 놀았기 때문에 이런 행운이 찾아온 걸까?

만약 내가 놀지 않았더라면,

이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놀아야 되나?

결과론적인 얘기라 정답은 없겠지만

한껏 놀다가 대단한 아이디어가 생각난 것보다

아마 놀지 않고 글을 쓰는 게 더 좋았겠더라는 생각이 든다.


 세렌디피티라는 말이 있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 뭐 그런 말인데, 리더십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창조적 사고의 기술’의 저자인 존 어데어 교수는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그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눈여겨볼 자세가 되어 있어야만 우연한 발견의 행운, 즉 세렌디피티를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면, 다른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무언가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 역시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놀거리에도 관심의 영역을 넓혔기 때문에, 그런 대단한 아이디어를 캐치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자기합리화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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