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Feb 22. 2024

책을 마치며

 1.

 하루 종일 까페에서 작업을 하다 밤 10시쯤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내게 뭐 하고 왔느냐고 물으신다. 그러면 나는 작업하고 왔다는 말이 쉬이 나오지 않아 하지도 않은 공부를 하다 왔다고 말하게 된다. 뭐 공부 아닌 일이 어디있겠느냐마는. 

 작업이라는 말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일까. 왠지 내 입으로 내가 작업을 했다고 말하는 일이 어렵다. 허세를 부리는 것 같달까. 특히 내 경우에는 뭣도 없으면서 작업을 했다며 뻐기는 것 같아서. 

 언제야 작업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을까. 이 책을 내고 나면, 그러면 작업이라는 단어의 사용 허가가 나는 걸까.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난 작업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2.

 3월 중순부터 글을 쓰기로 하고, 6월 말이면 책을 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처음엔 그랬다. 그간 고단했던 마음이 쏟아져 나오느라 글을 하루에 한 편도 넘게 써댔다. 그렇게 글로 감정을 마음껏 뱉어내다보니 어느새 조금 괜찮아져 있었고,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콸콸 쏟아지던 내 글자들도 그제서야 정상적으로 졸졸 흐르게 되었다. 그 얘기인즉슨 글 속도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이고, 그렇게 벌써 8월 중순이 되었다는 말이다. 아직도 할 게 너무 많이 남았다. 처음 해보는 모든 일들을, 내 책이라는 이유로 아주 열심히, 그리고 잘 해내야 한다. 세상 모든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힘든 일들을 해내고 있었던가. 혼자 책 하나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처음이라 그런 것이길 바라고 있다. 


 3.

 아는 누나에게 "앞으로 계속 글 쓰려고?"라는 말을 들었다. 요즘은 책 한 권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나는 그건 아니었다. 이 책을 쓰면서도 계속 다음 책에 대한 고민을 했다. 쓰다 보니 느낀 건 쓸 얘깃거리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거였다. 나는 이 모든 생각과 이야기들을 모조리 적어두고 싶어졌다. 거짓 없이, 그리고 부끄럼 없이. 죽고 나면 그만일 내 생각을 적어둠으로 영원히 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계속 글을 쓸 거라 답하긴 했지만, 나도 언제까지 글을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이렇게 아무런 배경도 없이 혼자 독립출판을 하게 될 줄도 몰랐으니, 언제 어떤 이유로 어떻게 글쓰기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되는 데까진 계속 글을 쓰지 않겠나 싶다. 지금은 글을 쓰는 일이 정말 즐거우므로. 


 4.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낙관이란, 단지 나아갈 힘을 얻어내는 방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비관 속에서 발견한 낙관이라는 게 과연 행복한 미래를 내게 가져다줄 수 있을까. 항상 궁금해했으나 이렇게 재미없을 얘기를 누구든 면전에 대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렇게 책으로나마 질문을 던져본다. 여러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고, 살기로 했는지에 대해서. 


 5.

 위트 있으면서도 담백한 글이란 무엇일까. 그 막연한 이상을 표방하고는 싶었으나, 한껏 진지해진 것 같아 부끄럽다. 단지, 아주 조금만큼의 시간이라도 함께했다면 그걸로 족할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자기도 바쁘면서 표지디자인 즐겁게 해준 동섭이형, 영어 제목 기가 막히게 지어준 성현이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낸다. 모두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까페 고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