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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n 16. 2023

성공한 또래를 보는 일

 카레집 알바를 하던 날, 저녁이었다. 카레집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까페의 직원분들, 그리고 처음 보는 여성분 한 분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셨다. 직원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 처음 보는 여성분이 누구인지 여쭤보고 싶었지만, 홀이 너무 바쁜 상황이라 질문할 새 없이 계속 일을 했더랬다. 일을 하다 하다 겨우 여유가 생겨 매니저님에게 저 여성분이 누구시냐고 물었다. 새로 오신 직원분이신가 했는데, 매니저님께서는 “너 인스타 안 해?”라고 되물으시며 인스타그램에서 되게 유명한 인플루언서이고, 유명 가게에 콜라보 제안을 하면 웬만해서는 성사가 될 정도의 인지도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오오 대단한 사람이네요~ 부럽다~.”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건만, 그때 갑자기 매니저님께서 “너랑 나이 비슷할걸?”이라 말씀하셨고, 그때부터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내 나이 또래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열등감이 생겨버린다.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어쩌다 국문학과에 가게 된 나는 유소년 때부터 음악을 시작한 또래 음대 입학자들이 너무 부러웠고, 그들의 음악적 능력이 언제나 부러웠다. 나이를 하나둘씩 먹다 보니 예대생들의 음악적 능력은 물론이요, 그 능력으로 많은 돈을 버는 것도 부러워졌다. 나는 알바로 용돈벌이밖에 못 하고, 저들은 기술로 돈을 번다. 그것도 나보다 훨씬 많이. 나는 어릴 때부터 내 일로 돈을 벌고 싶었다. 알바할 시간에 내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써서 돈을 벌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언제쯤에야 그런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나. 


 예전에는 월급쟁이를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가지 않는 이상 열심히 일해도 박봉을 받는 게 아닌가? 중소기업에 취직해 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머리를 조금만 더 굴리면 그보다 더 좋은 돈벌이를 분명 발견하지 않겠냐는 어린 생각을 했다. 해낸 것 하나 없으면서 별 희생도 없이 이루리라는 오만이었다.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세상의 모든 월급쟁이에 대한 존경이 생겼다. 그럼에도 아직 궁금한 건, 월급쟁이들이 자기보다 돈을 훨씬 많이 버는 어린 사람들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되냐는 거다.

 

 나처럼 열등감에 휩싸이는지, 아니면 그의 성과에 순수하게 박수를 쳐줄 수 있는지. 


 내 생각에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돈을 잘 벌 수 있게 되리라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다. 지금은 과정에 서 있다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지탱한다. 만일 내가 나이를 좀 더 먹은 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내 일을 해도 돈이 벌리지 않는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언제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품고 산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꾸준히 노력한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는 것이고 나는 어영부영 가끔 드는 몰입에 취할 뿐인 것이다. 


 그걸 알아서인가, 요즘엔 시무룩한 기분이 내 일상적인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꿈이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크게 둘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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