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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n 16. 2023

어떤 음악 해요?

노래 잘하세요??


노래 만든 거 있어요??


어떤 음악 해요??



내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하는 대표적인 세 가지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나는 상당히 난감해지는데,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노래 잘하세요? 

 이 질문을 들으면 자신 있게 "저 노래 잘합니다." 라고 말할 수가 없다. 자신감을 조금 내비쳐보자면 저음이 듣기 좋다는 정도가 있는데, 버스킹을 하면 사람들 발길 하나는 잡지 않겠나 하는 자신감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노래 잘하세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뻔뻔하게 잘한다고 대답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부른다는 말로 넘길 수밖에.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못 부르는 것도 아닌 내 목소리에는 특출난 면이 없다. 가수를 꿈꾸면서도 노래 실력에 의문이 있다니. 못 부른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게 아닌가. 



 노래 만든 거 있어요? 

 이 질문이 정말 어려운 게, 내 음악 작업이 몇 개월째 계속 답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만족할 만한 전개, 멜로디, 가사들이 내 머릿속에서 나오질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태에서 곡을 완성하기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혹자는 글이든 음악이든 완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에 나도 완전히 공감하고 있다. 완성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고, 완성되지 못한 작품을 봐줄 사람은 없으니까. 근데 완성 못 하겠는 걸 어떻게 하겠는가. 정말 듣기 힘들 정도의 음악이라도 완성하는 게 맞다는 건가?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웬만한 음악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귀가 되어버렸나? 그런 두루뭉술한 의문이 습관이 되니 개인 결과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정말 없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저 질문을 들으면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속하는데.. 잘 안되네요..” “앨범 준비 중이에요!” “멜론에는 아직 없어요!” “나오면 들려드릴게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작업하고 앨범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물다섯이나 먹은 내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변명의 말을 생각해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치욕스러운 일인지. 내가 자초한 일이라 별 할 말은 없다.



 어떤 음악 해요? 

 비교적 대답하기 수월한 편이다. 이 질문이 들어오면, 롤러코스터나 윤상 같은 애시드 재즈나 파라솔 같은 나른한 락, 혹은 블러나 오아시스 같은 전형적인 브릿팝을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내가 즐겨듣는 장르의 좋아하는 음악들이다. 하지만 그런 음악들을 정말 하고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은 것이, 앞서 말한 곡들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해도 그런 음악들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음악을 하냐고 물어보면 그에 대한 대답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를 말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게 된다. 내가 하는 음악이란 게 정말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이란 게 과연 어떤 음악인지에 대해서 나는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좋은 결과물에는 부단한 노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 결과물이 음악이든, 에세이든, 미술이든, 학교 과제든, 음식이든, 어떤 것이든. 난 언제나 노력에 박한 편이라 음악 이론이나 화성학 같은 공부거리가 조금만 어려워져도 금방 포기해버리고 만다. 복잡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하면서도 이론을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점점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커지고, 어딘가 나사 빠진 음악밖에 만들지 못하는 나에게는 극심한 열등감만이 남게 된다. 


 그러면 나는 내가 원했던 게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되어 돈을 손쉽게 벌어들이는 일을 바라던 것이었나? 그 매개체로 음악을 선택한 것뿐이었나?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저런 의문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나를 괴롭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음악은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라도 하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물어볼 법한 질문에 난감해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할 수 없다. 어디를 봐도 활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통해 살아가고 싶다. 좋은 노래를 만들고 내가 노래를 만들며 느꼈던 감정들, 내 아름다운 경험의 조각들을 듣는 이의 마음 한켠에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누구에게나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음악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이미 욕심이지만, 딱 먹고 살 만큼의 벌이라도, 예술가로서의 삶을 산다면, 내가 동경하는 이들의 삶의 방식을 취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없이 부끄럽지만, 내 애매한 재능과 애매한 욕망으로도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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