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와 인류평화

by 안승준

난 호기심이 많고 경험에 대한 욕심도 많다.


익숙한 편안함이냐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냐의 선택에서 난 거의 대부분 후자의 모험을 택하고는 한다.


음식을 고를 때도 그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아서 낯선 식당에 들어가거나 처음 가 본 여행지에서 나의 구미를 끌어당기는 메뉴의 가장 우선 조건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함이다.


아주 어릴 적엔 번데기나 닭발에 흥미를 느꼈고 언젠가부터는 생선이나 동물의 내장이나 껍데기들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술을 알고 회의 맛을 알아가던 어느 날 미더덕과 대게도 회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건 내게 있어 신대륙 발견만큼이나 짜릿한 기억이기도 하다.


홍어 과메기 개복치 산 낙지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특별한 음식들도 많이 먹어봤지만 글 읽는 독자들의 충격 정도를 감안해서 오늘은 이 정도만 열거하기로 한다.


내가 색다른 음식들을 좋아하는 건 나 스스로 생각하건대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의 좋은 기억들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모양이나 선입견과는 다른 그것들만의 특별한 맛과 풍미를 느낄 때의 감정은 그것에 대한 그동안의 판단이 많이 삐뚤어져 있었을수록 반전의 짜릿함이 있다.


벌레처럼 생긴 번데기의 담백함과 쾌쾌한 냄새 풍기는 홍어의 시원한 맛은 그것들을 바라보던 주변의 혐오의 시선들과 대비되어 내겐 몇 배의 감동스러운 첫 만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물론 국가의 제도와 어른들의 철통방어에 맞서 모범생의 모든 명예를 걸고 몰래 맛 본 알코올과의 첫 만남 또한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혁명적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난 감히 자신 있게 말하건대 음식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고정관념에 맞선 나의 도전들은 내 삶에 있어서 다름을 인정하고 그 고유의 가치를 인정하는 인생관을 만드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홍어나 신김치는 썩은 것이 아니라 모양과 영양 구조가 다른 또 다른 음식이고 술은 그 자체로 해로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나쁘게 이용하는 상황이 있을 뿐인 것이다.


초콜릿 케이크의 달콤함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어떤 상황에서는 깊은 홍어의 맛이 더 어울리기도 한다.


동의보감 원방대로 각종 약재 다려서 지어낸 보약이 필요할 때 도 있지만 라면 국물에 소주 한잔이 필요한 장면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가격이라는 꼬리표에 매몰되어 먹는 것의 가치를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그리고 나쁜 것으로 구별하기도 하는데 그 또한 현시점 수요 공급 계산한 경제논리일 뿐이다.


그냥 서로 다른 맛과 모양 가진 음식일 뿐이다.


어느 영화 장면처럼 정밀하게 계산된 영양사료만 먹고 살 게 아니라면 좀 더 다양한 음식 색다른 맛 즐기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가 나의 생각이다.


난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음식 고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력, 재력, 외모 따위로 위아래,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은 단조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뿐이다.


잘 차려진 고급 레스토랑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즐거움도 있지만 바닷가 과메기 같은 편안한 어울림의 맛도 있다.


혐오스러운 음식이라 지금까지 못 먹었던 음식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획일적 잣대나 편견 속에 큰 매력이 감춰진 사람들도 있다.


난 내가 맛있게 즐기는 많은 음식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권하고 싶다.


각자의 오랜 관념들과 취향 존중하여 강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꾸준히 권하는 것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로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만나는 많은 다름 가진 사람들도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함께 만나고 싶다.


그 또한 각자가 오랜 시간 다져온 가치들로 쉽지 않은 기다림이 될 거라는 걸 알지만 다름에 대해 좀 더 먼저 경험한 동시대 인류로서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세상의 모든 맛을 느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이들이 세상의 많은 다름의 가치들을 알고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러한 작업들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세상에는 너무도 맛난 음식이 많고 좋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뭔가 맛있는 것 없을까 하는 고민을 자주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못 먹어본 다른 음식 안에 답이 있다.


새로운 만남도 또 다른 관계의 행복도 지금까지 가격표나 편협한 잣대들 뒤에 매몰시켜 놓은 다름의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품위 있는 파티에 익숙한 이들에게 너저분한 길거리 음식을 권하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도 없다.


그러나 그 권유가 성공했을 때 많은 이들은 또 다른 세상의 맛에 감탄할 것임을 난 알고 있다.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이들에게 다양한 소수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그도 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인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한 사람에게 새로운 가치를 알게 해 주는 것이 그의 인생을 얼마나 더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인지도 난 확실히 알고 있다.


그것은 나의 첫 번데기와 홍어가 그랬던 것처럼 편견의 크기가 클수록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은 당신의 식탁에 혁명을 가져다줄 것이다.


또 다른 소수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은 당신의 인생의 의미 자체를 통째로 바꿔놓는 일대의 사건이 될 것이다.


다름에 대해 집중하고 알아가는 것 그것은 식탁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키고 인류의 평화를 가져오는 또 하나의 열쇠이다.


감당하기 쉽지 않겠지만 전적으로 내 말을 믿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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