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승준 Oct 24. 2022

미래형 인간

(사진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대머리 아저씨와 꼬마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아저씨는 왜 머리카락이 없어요?”라는 꼬마의 질문에 아저씨는 그럴듯한 답변을 하고 계셨다.     


  “모든 동물은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데 사람의 경우 털이 적을수록 더 진화된 거라고 볼 수 있단다. 원시인이라면 추위를 줄이거나 햇볕을 가려주는 일을 위해 머리카락이 필요했겠지만 모자를 쓸 수 있는 현대인은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지. 미용실에 다니려면 돈도 많이 들고 예쁜 가발을 쓰는 데에도 머리카락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야. 난 수염도 잘 나지 않는데 그래서 면도를 할 필요도 없단다.”     


  주변 어른들은 아저씨의 농담에 웃음보가 터졌지만 듣는 꼬마만큼은 굉장히 유익한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는 듯이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반응 덕분에 우리는 또 한 번 웃었지만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엔 또 다른 생각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고대 인류가 현대의 인간으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모습은 같은 종이 맞는지조차 연구가 필요할 만큼 달라져 왔다. 생김새도 문화도 중요시하는 가치마저도 유사점보다는 다른 점을 찾는 것이 더 빠르고 그중 특히 신체적 능력은 아저씨의 머리카락 논리만큼이나 그 필요성의 중요도가 감소했다.      


고대 원시인들이 돌도끼로 들짐승을 사냥하고 있다.(사진출처: 루리웹)


  머리카락이 풍성하면 보기에 좀 더 나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없다 하더라도 모자나 가발을 사용하면 되고 때로는 자신의 머리가 풍성한 사람조차도 가발이나 모자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헤어디자인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라면 더더욱이 그 머리카락이 처음부터 본인의 머리에 붙어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발이나 모자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에게 머리카락의 유무는 더욱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시력이나 건강한 다리의 가치도 그것이 가지는 중요도의 방향성으로 볼 때 머지않은 미래에 비슷한 결론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주 오래 전 과거에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양질의 식량을 확보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유리한 요소였겠지만 지금의 인간에게는 눈이나 다리가 그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최고 수준의 시력과 달리기 실력을 가진 것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서는 좋을 수 있겠지만 극한의 능력을 가지는 것이 유의미한 삶의 우월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조금 덜 보이면 안경이나 렌즈를 사용하면 되고 빠르게 움직이려면 달리는 것보다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는 것이 낫다. 이런 식의 문명발달이라면 어느 시간엔가는 자신의 눈이 아니어도 도구를 사용하여 볼 수 있고 첨단의 의족으로 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발전의 크기가 커지고 커지는 어느 날엔가는 안경을 쓰기만 하면 먼 우주의 별들이나 작은 바이러스의 움직임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특별한 바지를 입으면 자동차보다 빠르게 달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신이 가진 다리 자체의 능력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어도 볼 수 있고 달릴 수 있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것에 비해서 조금 나은 상황일 수 있겠지만 그런 신체적 나음으로 우월함을 느끼는 것은 구시대적 가치나 어리석고 유치한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요즘 다 큰 어른이 힘자랑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 모양새가 매우 비슷하겠다.     


  그때가 되면 어느 꼬마가 내게 “아저씨는 왜 눈이 보이지 않아요?”라고 물을 때 나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난 진화가 많이 된 미래형 인간이어서 그렇단다. 자신의 시력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과거형 인간들이지."


  신체의 능력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시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미래형 인간이 되고 싶다면 구시대적 가치로 우쭐대지 말고 진정한 인간의 가치에 집중하자!     

작가의 이전글 확률 착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