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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있어야!

by 안승준

아기 햇살이는 이제 제법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터득했다. 제 몸 하나 뒤집는 것도 낑낑대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인데 이젠 소파를 잡고 일어나기도 하고 그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순식간에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저 방에서 거실로 움직이는 걸 따라다니다 보면 이 녀석이 속싸개에 싸여서 밤새 울던 그 아기가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고 기저귀 적시는 일만 하는 줄 알았던 햇살이는 성실하게 자신의 단계에 맞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유를 먹어야 이유식을 먹을 수 있고 뒤집기를 해야 기어갈 수도 걸을 수도 있었다.


오늘 아침 회의 시간에 한 선생님이 큰 한숨을 내 쉬며 "아이코! 월요일이네. 금요일까지 또 어떻게 견디지?"라고 말씀하셨는데 기다렸다는 듯 바로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월요일이 있어야 금요일도 있는거지!"라고 말을 받아내셨다.


맞다! 개학 날이 있어야 방학 날이 있고 고된 날이 있어야 월급날이 있고 월요일이 있어야 금요일이 있을 수 있다. 월요일은 주말에서 가장 먼 피곤한 날로만 느껴지지만, 월요일이 없으면 화요일도 없고 수요일도 없고 주말은 당연히 없다.


밤이면 긴 잠을 자고 혼자서도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햇살이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던 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밤샘의 잠투정과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있던 날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앞 못 보는 내가 남들 이상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지만 아픈 날 슬픈 날 힘든 날을 수없이 거쳐왔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나조차도 잘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날 중 금요일을 기다리는 월요일보다 훨씬 지루하고 답답한 날들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실명이라는 사건을 겪은 내가 뿅하고 단번에 웃으면서 지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도 만나보고 다 잘될 것 같은 목적지에서 미끄러지기도 한 날들을 지났기에 비로소 그나마 오늘을 살 수 있다.


또다시 월요일이다. 금요일은 멀게만 느껴지지만, 오늘을 잘 살아내면 그날은 하루 더 가까워진다. 한 달 남은 방학도 멀게만 느껴지지만, 이번 주를 잘 살아내면 그 또한 한 주 더 가까워진다. 햇살이와 신나게 대화할 날도 또 다른 바람이 이루어질 날도 언제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 보이지만 오늘 그리고 또 다른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있고 그날도 있다.


월요일이 있어야 금요일도 있다.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고 그런 날들이 있어야 바라는 날도 있다. 월요일이 금요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일인 것처럼 우리가 힘들게 견뎌내고 있는 오늘도 우리가 원하는 시간으로 가기 위한 시간을 하루 줄여주는 꼭 필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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