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 때문인지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잔기침이 자주 나오는 요즘이다. 하루 종일 그런 것은 아니어서 따로 약을 챙겨 먹거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는데 조용한 모임 자리에서는 가끔 곤란한 경우가 생기곤 한다.
조용한 회의 자리나 혼자 타고 가는 택시에서 기침이 시작되면 함께 있는 분들의 눈치도 보이고 억지로 참으려고 하면 더 나오는 것 같은 기분 탓에 그곳에 있는 내내 좌불안석이다. 사탕이라도 하나 물고 있으면 나을 텐데 그럴 땐 그런 비슷한 것도 없다.
오늘은 학생들과 함께 외부 강사님의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강사님은 마이크를 사용하고 계시긴 했지만, 워낙 잔잔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셔서 청중인 우리마저 숨소리를 낮추고 강연에 집중했다. 추운 날씨 탓에 히터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목이 서서히 간지러워지더니 기어코 기침이 시작되었다.
기침 소리는 강사님의 강연하는 소리보다 몇 배는 크게 느껴지고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 바람에 식은땀마저 흐르는 것 같았지만 내 노력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목의 발작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공간이었다면 살짝 밖으로 나가기라도 했을 텐데, 오늘의 강연 장소는 난생처음 와 본 곳이어서 문이 어느 쪽에 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만 같은 기침과 멈춰보려는 나의 의지가 격하게 맞서고 있을 때 내 손에 누군가가 작은 병 하나를 쥐여주었다. 생수였다. 그 순간만큼은 내게 생명수였고 묘약이었다. 병을 열고 한 모금을 먹는 것만으로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또다시 기침이 나오려고 했지만 다시 한번 한 모금의 생수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마침, 강사님께서 언급하시는 내용은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난 기침을 이유로 그 공간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을 수 있었다. 어떤 이가 볼 때 나의 상황은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된다거나 함께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생수 한 모금이라는 작은 조치는 나의 불편함을 적어도 그 공간 그 시간 안에서만큼은 불편함이 아니게 만들어주었다.
공정과 공평은 모두에게 같은 조건에서 같은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생수가 제공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역차별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작은 생수 한 병이면 강의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기침을 이유로 배제하는 것이 차별이고 그가 함께할 수 있도록 생수를 제공하는 것이 정당한 편의 제공이며 조금 다른 조건 속에서 함께 강의를 듣는 것이 공정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차별은 우리의 다른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다른 상태를 불편함으로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기침을 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그를 분리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