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어먹을 주거안정의 꿈

by 감우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한평생 살고 싶다는 꿈은 정말 꿈에 불과한 걸까? 서울에서 세살이한 지 7년,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사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잡코리아를 들락거리게 된다. 정말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이는 것이다.


창업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것도 사실은 주거 안정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이고 연봉이 올라봤자,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은 점점 더 멀어지는 듯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야 꿈이라도 꿔 볼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나에게 있어 서울 살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숨만 쉬어도 돈 백이 그냥 나가는 일이다. 서울은 들어오기도 어렵고 나가기도 어렵다더니, 결혼 전까지 서울 땅에 살아 본 적도 없던 내가, 한 번 서울에 들어오고 나니 2호선 라인이 가두리를 치고 나를 가둬버린 것인지 지박령처럼 초록 라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치킨 사 먹을 때는 부자인 줄 알았다가 집 구하러 나가면 내가 얼마나 거지인지 깨닫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부동산 어플을 들락거리며 또다시 내가 얼마나 거지인지 깨닫는 중이다.


집 구할 때 불변의 법칙은 내 눈에 좋은 건 남의 눈에도 좋고 비싼 집은 비싼 값을, 싼 집은 싼 값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 구옥에 살다 보니 깔끔하고 세련된 신축이나 오피스텔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이 정도의 비용 문제는 내가 당장 취업을 한다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그럼에도 결국 잡코리아 창을 닫고 마음을 다잡는 건, 그게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세상에는 돈 벌 방법이 널리고 널렸다는데, 유튜브에는 내 말만 믿고 따라오면 백 프로 부자 된다는 일타 강사들이 수백수천인데, 왜 나는 아직 부자가 되지 못한 걸까? 앉아만 있어도 월급이 들어오던 재직 시절과 달리, 퇴사 이후의 삶은 매일 매 시간이 성과에 대한 압박에 시달린다. 대책 없이 맨몸으로 뛰쳐나와 버린 내 발등을 찍으며 다시 한번 월급의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 재정비를 하고 무기를 챙겨 전장으로 돌아와야 하는 걸까? 다시 들어가면 영영 못 나올 것 같아 일단 버티고 있지만, 하루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할 것 같다.


과연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당탕탕 무직 라이프가 어디로 흘러갈지 이젠 정말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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