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약속이라도 한 듯이 MBTI가 뭐냐고 묻는다. 심리테스트 류의 모든 검사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MBTI는 조금 불편하다. 나를 이해하고 더불어 타인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MBTI의 바람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나 혹은 타인을 특정 알파벳 속성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같은 MBTI의 사람들끼리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알파벳 네 개만으로 너는 나와 맞다 안 맞다를 단정 짓고, 알파벳 순서 하나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나누는 게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한 번쯤 자문해 볼 일이다. 그러나 내가 MBTI를 불편해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MBTI는 내가 생각하는 나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상당 부분 타고난 기질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편인데, 내가 나를 모르는 것인지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인지 세 번 검사를 했는데 세 번이 다 다르게 나와 버렸다. 그러니 내가 불편한 진짜 이유는, MBTI가 뭐야?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MBTI 검사 결과를 시간순으로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다.
이쯤 되면 MBTI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응, 나는 N이야 라고 하면 되는 걸까?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MBTI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서 E가 뭔지, I가 뭔지도 잘 모른다. 그러니 N이 뭔지는 알 리가 만무하다. 검색을 해 보기로 하자.
N형 사람
1. 직관적이고 영감에 의존
2. 현재보다 미래 가능성에 초점
3. 상상과 아이디어 중시
4. 은유/비유적 표현 선호
5. 나무보다 숲을 보려는 경향
뭐, 일단 내가 봤을 때 저게 내가 맞긴 하다. 그럼 이쯤에서 또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내가 보는 내가 진짜 나인가, 타인이 보는 내가 진짜 나인가. 이 질문은 MBTI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제1 과제로 삼던 나의 키 퀘스천이었는데, MBTI라는 것이 나타나며 그 혼란이 가중되었다. 일단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남편에게 네가 보는 나는 어떤 인간인 것 같냐고 물었다. MBTI로 말하자면, 남편은 내가 INTP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사춘기 시절에 졸업하고 넘어왔어야 할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나는 아직도 가슴에 품고 산다. 정말 나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왜 이 빌어먹을 MBTI 같은 것이 튀어나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냐는 말이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알겠느냐"
이 노랫말은 정말 명문이다. 진짜 나도 나를 모르겠다. 그러니 너도 나를 모르는 게 맞다.
나도 나를 알고싶어 최선을 다해 자아를 찾고 있는 중이니 제발, MBTI가 뭐냐는 질문은 그만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