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 잠시 멈추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by 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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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역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커리어와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리랜서도, 창업 준비의 시간도, 이직 준비의 시간도 아닌, 일과 삶에 대한 내 생각과 가치관에 집중하는 어떤 시간. 나부터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르겠는, 이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시간'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시간에 이름이 있다면, 이 시간을 누구든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_24p

우린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김진영

퇴사 후 나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문장을 쓸 때의 나는 또렷한 불안감과 흐릿한 희망이 뒤섞이며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당인리 책 발전소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수밖에. 나는 갭이어라는 개념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내가 원했던 것, 그리고 내게 필요한 것.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르겠는, 이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시간'이라는 문장이 혼잡했던 내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 같았다.


학창 시절에도, 대학에 가서도, 취직을 해서도, 또 퇴사를 해서도,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 잠깐 멈춰 서서 차분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우리는 정체 혹은 도태라고 명명하곤 했다. 그렇게 실체도 없는 무언가에 쫓고 쫓기며 조바심을 내는 사이 내가 계속 옅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 뭘 하고 싶은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던 와중에 만난 한 권의 책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때론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말보다 "힘들어? 나도 그래"라는 말이 더 큰 위로로 다가올 때가 있다. 이 책이 꼭 그렇게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흔한 자기 계발적 사고를 대입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로! 될 수 있다고 믿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당신의 꿈은 이루어집니다!"라는 자기 암시적 언어는 어디에도 없다. 갭이어를 가지고 있는, 혹은 갭이어를 경험한 여러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며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많이 혼란스럽지? 괜찮아, 나도 그래. 그러나 이것만은 기억해, 지금 잠시 멈추더라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걸."


퇴사를 하고도 나는 또 무언가에 쫓겼고 어느 때보다 조바심을 냈다. 내가 멈춰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는 동안,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니 오늘부터, 나는 갭이어를 가지겠다고 선언하려 한다. 프리랜서도, 창업 준비의 시간도, 이직 준비의 시간도 아닌, 일과 삶에 대한 내 생각과 가치관에 집중하는 어떤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이다. 무언가 되려고 애쓰거나,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안달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조금 더 늦어지더라도, 도착지를 모른 채 정처 없이 달리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믿는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모두에게, 그리고 지금 많이 지쳐 있는 모두에게,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권하고 싶다. 우리는 정말로,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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