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에서 아줌마로의 과정이란 퍽 험난할 수도 있다는 말씀.
나는 요리하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인데 요새는 요리의 즐거움보다 귀찮음이 더 커져서 좀처럼 잘 하지 않는다. 어제는 중복을 맞이하야 삼계탕이나 먹으러 가자고 신랑에게 제안했더니 "직접 해주면 안 돼?"하는 게 아닌가. 대체로 신랑이 메뉴를 주문하면 가능한 전부 해주려 노력하는 편이지만 얼마 전 주문받은 마늘간장치킨을 대차게 실패하고는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대폭 하락한 상태였다.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더위를 먹었는지 하루 종일 현기증에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기에 신랑도 두말 않고 그래 쉬어했다. 말복에나 해줘야지 생각하고는 에어컨을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 맘 편히 쉬고 있는데 신랑에게 문자가 왔다. "퇴근할 때 하림 삼계탕 사갈게" 삼계탕이라는 메뉴가 오늘의 일정에서 삭제된 줄 알았는데.. 인스턴트 삼계탕을 달랑거리며 퇴근할 신랑의 모습을 생각하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에라이'
마트로 가 영계 두 마리와 삼계탕 재료를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으나 마음은 무거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나도 모르는 새 마음속에 뿌리내려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신랑이 감동받아 미소가 얼굴 가득 만개할 것을 생각하니 역시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에 가까운 것이었다.
생전 처음 만져보는 생닭을 요리 돌리고 조리돌리고 손질하면서 스스로가 꽤나 주부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나 생닭도 손질할 줄 아는 여자야) 기름 떼는 일에 주력하면서도 껍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내 노고는 감히 성공이었다고 자신하겠다. 별로 걷어낼 기름도 없이 팔팔 끓고 있는 맑은 국물이라니. 온갖 약초의 향이 진득이 배어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이 느낌! 결과는 대 성공 이었다.
무려 전복 삼계탕을 했음에도 이만 원 남짓한 돈으로 해결했으니 물론 사 먹는 것에 비해 싸고 푸짐했지만 내 노동비까지 생각하면 이게 정말 합리적인 소비인가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어를 연발하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신랑을 보며 얻은 뿌듯한 행복과, 내가 할 수 있는 요리 리스트에 전복 삼계탕 하나를 추가할 수 있는 보람, 그리고 결정적으로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완벽히 떨쳐낼 수 있었던 성공의 달콤함이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세 가지를 단번에 손에 쥐었으니 가히 남는 장사다. 그것도 많이.
이렇게 나는 주부가 된다.
이렇게 나는 아내가 된다.
이렇게 나는 아줌마가 된다.....?(아기 낳기 전까진 아가씨 아닌가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