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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Aug 12. 2016

질투의 원리

위선의 미학

 누군가가 이유없이 싫어질 때가 있다.

 음.. 아니다, 조금 정정해야겠다.

 나 자신에게조차 들키고싶지 않은 이유로 누군가가 싫어질 때가 있다.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SNS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야할 것 같다. 당신이 행복한 순간, 이상적인 나의 모습을 위해 수십, 수백, 수천방의 사진도 불사한다면 당신은 SNS중독일 확률이 높다. 물론 SNS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SNS를 내 나름대로 향유하고있다. 맛집을 찾아가 음식 사진을 찍는 일에 취미는 없지만 동석한 이가 있다면 식기를 음식에 내다꽂기전에 반드시 사진을 찍겠냐고 묻는다. 관광명소에 들러 '인증샷' 을 찍는 취미는 없지만 동행이 있다면 그의 사진은 내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찍어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마지노는 거기까지다. 어떠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그 추억을 공유하고자 SNS에 업로드하는 것. 딱 거기까지. SNS에 올릴 사진을 '건지기' 위해 빙수가 다 녹아 잡탕이 될 때까지 셔터질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건 문제다. 주객이 전도될 때 비로소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SNS에대해 굳이 구구절절한 여담을 늘어놓은 것은 21세기에 걸맞게 다수의 질투가 SNS에서 비롯되기때문이다. 자의적 사생활 개방에서 시작되어 사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결국엔 아름답고 이상적인 사진을 남기는 것이 추억의 전부가 되는 것.
 팔로워수를 늘리고자 하는 욕망의 저변엔 더 많은 이들의 질투를 유발시키고자 하는 자기과시적 성격이 상당부분 포함되어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비약적인가. 내가 자존감이 낮고 꼬인 인간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SNS를 보며 곧잘 베알이 꼴린다. 내가 개처럼 일할 때 누군가 유럽일주를 하며 #역시 #젤라또는 #이태리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사진을 올리면 베알이 꼴리고, 나랑 몸매가 비슷했던 친구가 11자 복근 인증샷을 올리면 베알이 꼴리고, 고등학교때 어울려다니던 친구가 대기업 합격통보 메일을 캡처해서 올리면 베알이 꼴린다. 내가 보지 않으면 그만인 SNS를 습관처럼 들여다 보며 습관처럼 베알꼴려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의 SNS를 보며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할까 잠시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베알이 꼴리는 농도는 나와 관계가 밀접할수록 더 짙어진다는 것. 연예인이 명품을 사는 것은 와 멋지다 하면서 나와 동등하다 생각했던 누군가가 명품 인증샷을 올리면 괜히 입을 삐죽대게 되는 것이다. 재수없는X 하고 나도모르게 속으로 되뇌이면서 손가락으로는 '와 넘 예쁘다~*^^*' 따위의 댓글을 쓰고있는 가식적인 나를 발견해본 적 없는가.(나만 찌질한겁니까.) 이런 베베꼬인 마음이 반복되다 어느순간 누군가가 싫어진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 누군가를 씹기 바쁘면서 항상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걔가 이유없이 그렇게 싫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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