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말 돈 때문에 포기한 거 맞아?

정말?

by 감우

"항상 문제는 돈이지."

입버릇처럼 하는 말.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든다.

'정말 돈이 문제인 거 맞아?'


나는 늘 시선이 내일에 가 있던 사람이다. 오늘이 내일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계획하고 대비하며 살았으나 내일은 언제나 내 생각과는 다른 그림이 펼쳐지곤 했다. '뭔가 잘못됐어. 그럼 내 오늘은?' 생각이 든 건 퇴사 후 6개월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얼마 전 책 속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 확신이나 돈 중 하나가 내게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은?

'돈만 있었다면'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기에 금세 써 내려갈 줄 알았던 질문에 의외로 쉽게 답하지 못했다. 뭔가를 쓰려고 보면 꼭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건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할 수 있는 거잖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려보니 그것들은 고작 서핑을 배운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소설을 쓴다거나 하는 것들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오늘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 마음을 먹지 않았을 뿐, 돈이 문제는 아니었다. 퇴사 후 퇴직금 잔고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며 진짜로 돈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을 때,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 재미있는 지점이지만 말이다.


어릴 때 일주일에 5천 원을 용돈으로 받으면 그중에 2천 원은 따로 빼 모아두어야 마음이 놓였다. 작은 돈에 벌벌 떠는 구두쇠 타입은 아니었지만, 푼돈을 부서트리는 것보다 목돈을 만들어 묵직하게 써야 쓰는 맛이 났다. 통장 잔고가 0이 되는 일은 내 사전에 있어서는 안 될 재앙이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욜로'였다. 내일이 없는 오늘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내가 살면서 정말 돈 때문에 걱정해야 했던 '오늘'은 다 합쳐도 7일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모든 불안과 걱정이 내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니 오늘을 좀 더 아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오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느라, 오지 않을지도 모를 내일을 대비하느라, 소중한 오늘을 함부로 희생시키지 말기로.


"항상 문제는 돈이지" 버릇처럼 내뱉던 말과는 다르게 내가 돈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었거나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던 것들이 있을 뿐이다. 무직으로 9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단 하루도 돈 때문에 오늘의 먹거리를 걱정하거나 남 줄 돈을 못 줘 곤란했던 적은 없다. 사고 싶은 것을 전보다 조금 덜 샀을 뿐이다.


평생을 내일에 시선을 두고 살았으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내일로 가는 의식을 억지로라도 잡아끌어 오늘에 앉혀 두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내일이 없는 오늘은 있을 수도 있으나, 오늘이 없는 내일은 확실히 없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이제 괜한 돈을 핑계 삼아 현재에서 도망치지 않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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