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실직, 결혼, 우울의 상관관계

같은 고민 다른 마음

by 감우

"엄마, 나 더 이상 이 집에서 못 살겠어."


때는 약 7년 전, 엄마를 제외한 온 가족이 아버지 회사에 매달려 있을 때의 일이다. 가족과 일터를 공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일이었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가족의 모습을 매일같이 마주하는 일로 심신이 지쳐가던 어느 날, 나는 결국 독립을 선언했다. 내 결심을 입 밖으로 내뱉기 무섭게, 아버지의 회사가 폐업 수순을 밟았고, 부모님은 두 번째 이혼을 준비했다. 마치 내가 집을 나간다고 해서 벌어지는 연쇄반응인 것처럼, 그만큼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일들이 정리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두 번 결혼했고, 두 번 이혼했는데, 두 번째 이별은 우리 모두가 꽤 성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맘때쯤 지금의 남편과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으므로, 일단 그의 자취방으로 거취를 옮겼다. 지긋지긋했던 가족을 떠나기만 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훨훨 날아갈 줄 알았던 나의 기대와 다르게 왠지 더 밑으로, 점점 더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집을 나온 지 두 달쯤 지났을까? 가족이 다시 한번 해체되고, 돌아갈 집이 사라졌다는 것을 실감했던 어느 새벽, 남편의 품에 안겨 복받치는 울음을 한참 동안 쏟아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나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었다. 그러나 글은 써지지 않았고, 이유도 없이 울거나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잤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먹먹하고 답답해진다.


그때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은 꽤 닮아 있다. 그때도 나는 무직이었으므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돈을 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나의 마음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나는 절망보다 희망을, 불안보다 기대감을 더 많이 생각한다.


결국 우울의 늪에서 나를 건져 올리는 것은 나 자신이다. 누군가 내게 결혼에 대해 물어오면 나는 항상 결혼이 해결해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니 결혼을 절대 도피처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데, 극복할 힘을 내는 것은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으나 그때 내 옆에 그가 없었다면 나는 분명 더 오랜 시간을 우울 속에서 허우적댔을 것이다.

불안의 파도를 힘겹게 건너던 그때의 나를 지탱해줬던 사람에게, 또 한번 불안의 바다로 향하는 나를 묵묵히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


힘겨웠던 그 순간은 지나갔고, 지금 이 불안도 반드시 지나갈 테니, 조금은 더 담대해져도 좋겠지 생각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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