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사업 아이템을 찾아 헤매며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진짜'라는 단어를 너무 남발했는지 모른다. '진짜'라는 건 어쩌면 그저 신기루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세상을 이분법에 의거하여 명료하게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깔끔한 세상이 아니다. 진짜 혹은 가짜로 판명될 만한 사건이 삶에서 몇 건이나 될까. 그런데도 나는 자꾸만 '진짜'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현시대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 문제의 주범이다. 우리 모두는 힘을 합쳐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 환경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대부분의 업계는 환경, 리사이클,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될 모든 사업에 환경 문제는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말하자면 친환경 아이템은 사업성면에서 탁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진짜 환경을 생각하려면 '친환경 아이템'을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물건을 세상에 내놓기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적극적인 아나바다 운동을 실천해야 하며, 되도록이면 새로운 물건을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친환경 제품이라도 아무튼 지간에 새로운 쓰레기를 함께 생산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과연 나는 친환경적 인간인가? 평소에 환경을 위해 힘쓰고 있나? 나는 여전히 빨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음료를 일회용 컵에 테이크 아웃하고, 한 달에 몇 번씩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이런 내가 과연 환경이라는 엄중한 주제를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합당한가? 이것은 진짜인가?
3년 간 진짜인 무엇을 찾아 헤매다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 고작, '진짜'라는 건 어차피 신기루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라는 의문형 문장일 뿐이라니. 그래도 나는 여전히 진짜를 추구하고 싶다. 최소한 진짜에 가까운 것이라도. 나는 약 5년 동안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소개하는 일을 해 왔는데,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소개하는 사람의 태도를 소비자도 느낀다는 것이다. 돈을 받고 일하는 입장이니 탐탁지 않은 물건을 받아 들더라도 일단은 좋은 쪽으로 해석하여 고객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나의 문장에 확신이 담겨 있지 않다. 그것은 누구보다 내가 가장 먼저 알게 되고, 그다음으로 알게 되는 것은 고객이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일 년간 무직으로 지내며 진짜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여 건져 올린 것이 책이라는 것이다. 사업성 면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책! 그렇다면 나는 다시 진짜는 아니지만 사업적으로 합당한 아이템을 찾아 다시 거리를 헤매야 하는가? 일단은 계속 진짜를 추구해 보려 한다. 결국은 진짜라고 믿는 것 안에 길이 있다고, 아직은 그렇게 믿어 보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책은 사업성 측면에서 최악의 상품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지속 가능해야만 하는 아이템이라는 점에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사실 책이라는 건 정보의 집약체이자 콘텐츠의 기원이다. 우리가 책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르네 데카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