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우리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by 감우

다시 꿈을 꾼다. 모험을 떠나는 꿈을, 불가능에 도전하는 꿈을.

호주에서 돌아온 뒤 우리 부부는 착실한 회사원으로 착실하게 월급을 벌어들였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급여는 해를 거듭하며 착실하게 올랐다. 우리는 점점 여유를 찾았다. 매달 나갈 돈을 겨우 메꾸느라 허덕이던 날들을 지나,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돈이 문젯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먹고 싶은 것을 망설이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만큼, 사고 싶은 것을 몇 번의 고민 끝에 살 수 있을 만큼. 업무는 익숙해졌고, 사람에게도 적응이 되어갔다. 이대로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보다 더 자주 머릿속에 퇴사라는 단어를 되새겼다.


이건 다 집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고 다시 한번 모험을 꿈꾸게 된 이유는, 삶이 점점 여유로워졌음에도 해를 거듭할수록 불안감이 커졌던 이유는, 전부 집 때문인지도 모른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사고 싶은 것을 큰 고민 없이 사고, 때가 되면 휴가를 가고, 절기마다 양가 부모님의 선물을 사 나르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집은,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며, 서울에서 내 집 한 칸을 마련하는 일은 꿈보다 멀었다. 사실 더 무서웠던 건, 집 한 칸을 마련하느라 몇십 년을 은행빚에 묶이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퇴사를 꿈꿔 보지도 못할 까 봐, 빚을 갚기 위해 일하게 될까 봐.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세상에서 지워졌다. 우리는 결국, 시기만 다를 뿐 누구나, 창업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남편과 나는 무언가를 함께 만들기에는 꽤 괜찮은 조합이다. 디자이너와 에디터가 있으면 브랜드 하나쯤 만드는 건 일도 아니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말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이번엔 퇴사라는 칼을 뽑아 들었으니 무라도 썰어 볼 참이다. 우리는 일 얘기만 하면 싸우고, 어쩜 이렇게까지 안 맞는 사람이랑 결혼을 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모든 의견이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우리만의 길을 개척하고 말겠다는 의지만큼은 일심동체라 할 만하다.


그러니까 우리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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