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N 잡러 시대, 지속될 수 있을까?

결국엔 한우물 파던 사람이 승리하는 세상

by 감우

인터넷이 세상에 나타난 이후 우리는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며 살아왔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정보의 바다를 쉬지 않고 유영할 수 있는 디지털 아가미가 되어주었다. 대한민국은 자고로 말이 트이기 시작할 때부터 8282를 외치는 배달의 민족의 후예들이 터를 잡은 땅이니만큼,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나라를 순식간에 IT 강국으로 부상시켰다. 이 작은 땅에 인터넷의 마수가 뻗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온라인 세상 안에서 뛰어놀기에 이보다 완벽한 환경이 또 있을까? 온라인이라는 거대하고 복잡 미묘한 세상 안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N잡러 시대가 도래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리라.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탄생하며 본격적으로 N잡러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디지털 유목민이라 불리는 이 단어는, 인터넷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단꿈을 젊은이들의 귓가에 속삭였다. 휴양지에서 맥북을 앞에 두고 환하게 미소 짓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남성의 사진이 정보의 바다를 도배했다.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 인스타그램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간증이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요즘 초등학생들에게는 유튜브 채널이 라떼의 버디버디 아이디나 미니홈피같이, 너무나 당연하고 없으면 이상한 것이 되었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전해 들었다. 개중에는 어린 나이에 이미 수익을 창출하는 디지털 오너가 탄생하기도 한다. 열심히 출근하고 퇴근하며 월급날만 기다리던 어른들이 뒤통수를 띵하게 때려 맞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야, 나두 할 수 있어!"


회사 생활 브이로그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직장인들이 등장했고, 그저 주말마다 여행을 다녔을 뿐이라는 직장인이 #여행스타그램 으로 빵 떠서 여행 작가가 되기도 한다.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두 마리 토끼를 전부 놓치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멋진 표정으로 내뱉는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떠받들어지던 '한 우물만 파던 아무개'는 구시대적 유물로 조롱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진짜 성공한 N잡러는 결국 한 우물을 파던 사람이었다는 것. 스피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지.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판다." 하나의 큰 줄기를 유지하며 깊이 있게 저변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행에 따라, 당장의 관심에 따라 이리저리 널뛰듯 진로를 바꾸거나 확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엔 이도 저도 안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자타공인 취미 부자다. 뭐든 금세 배우고 곧잘 한다. 한 번 빠지면 밤샘도 불사하는 편이지만 뭐든 진득하게 이어가지 못하고 쉽게 질린다. 새로운 취미를 찾는다. 나는 또 금세 배우고 곧잘 한다. 새로운 취미를 찾을 때마다 생각했다. 이걸로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어떤 취미로도 수익을 창출해내지 못했다.


이제야 깨닫는다. 결국 N잡러도 한 우물을 진득하게 파 본 사람이라야 제대로 해 낼 수 있다는 것.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 취미를 프로의 경지에 오를 만큼 오래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회가 오면 언제라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들이 기회를 잡는다. 나는 잔재주가 많았지만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이제는 원(One)잡이라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세운다. N잡은 그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월급 외 수입을 창출하는 일이 목표가 되기보다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