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4일 화요일

출근_책과 기록

by 감우
친구? 네 친구들?
그 애들을 방 안에다 먹을 것도 없이 일주일만 가둬놓으면
... 그땐 친구란 게 뭔지 알게 될 거다...*


퇴근 후 나의 일과는 저녁을 먹고 스픽을 한 다음 운동을 하고 씻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불렛저널에 간단한 기록을 하고 책을 조금 읽다 잠드는 것이다. 요즘은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잠자리에 눕는다. 평균 수면 시간이 5시간도 채 되지 않는데, 이상하게 피곤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혀뿌리에 혓바늘이 돋아 침을 삼킬 때마다 약한 통증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진짜)피곤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4월에는 루틴을 약간 변경하여 브런치에 글을 먼저 올리고 운동을 하기로 했다. 저녁밥을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운동보다는 이곳에 글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원래 나의 계획은 브런치 글을 올리고 운동을 하고 씻고 마지막 일정으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다가 잠드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딱히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 잠시 옆길로 새서 <쥐>를 읽었다.


만화책이기도 하고, 서점에서 3분의 1 가량을 읽어 두기도 해서 완독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쥐>를 읽으면서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중 한 문장이 생각났다.

어머니의 집을 떠나며, 그녀는 순진하게도 이제 자신이 그녀 삶의 주인이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집은 세상 도처에 널려 있었고 어디에서나 그녀의 목덜미를 잡았다. 테레자는 어딜 가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234)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 부모에게 받은 것을 제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부모에게 받은 것은 나의 것일까 부모의 것일까. 아마 이러한 고민들이 매거진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의 다음 글 주제가 될 것 같다. <쥐>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엿보인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으나 '유태인 대학살'의 생존자를 부모로 둔 작가의 고통과 고뇌가 전해진다.


끔찍한 이야기가 담담한 어조로 전달되며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가 그 아들의 입을 통해 또 다른 시선으로 전달된다. 전지구적 광기와 야만의 역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한 가정의 역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참담한 비극의 역사는 대를 넘어 계속 이어져 간다. 우리가 여전히 일본의 만행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유태인들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다 해도 나치즘의 야만을 잊지 않을 것이다. 곳곳에 배어든 민족적 트라우마는 저마다의 사연을 끌어안은 채 결코 지구 통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google <쥐>의 작가 아트 슈피겔만의 자화상 이미지


이제 독서 기록은 노션을 이용해 보려 한다. 이 생각은 한참 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션 책을 한 권 빌려 두기도 했는데, 이제 결심이 섰으니 책을 좀 펼쳐 봐야겠다. 불렛저널이라는 한 권의 노트에 모든 기록을 통합하는 방식이 생각보다 나와 잘 맞지 않아서 기록 분리와 그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소비에 대한 기록을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활용해 볼까 생각 중이다. 소비 기록은 은근히 써먹을 데가 많은 가장 유용한 기록 중 하나라 포기할 수 없다. 기록의 방식은 손글씨를 지향하는 편이지만, 모든 기록을 손글씨로 해결하기엔 불필요한 시간 소모가 너무 많다. 수면 시간을 여기서 더 줄일 수는 없으니 활동 시간의 조정이 필요하다.




나의 동료 M은 서점에서 가장 책을 안 사기로 유명한데, 오늘 그녀가 (내가 일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책을 구매했다. 그녀의 책 구매 소식은 일종의 이벤트로 작용하여 서점을 술렁이게 했다. 대망의 그 책은 바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 소설>! M도 사게 만드는 책은 대체 어떤 책인지 나도 사서 읽어봐야겠다.



* 아트 슈피겔만 <쥐> 10p

어린 아들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섬뜩한 한 마디가 행간의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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