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5일 수요일

출근_출판사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by 감우

오늘은 오랜만에 서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종의 기원>은 내가 몇 달 전부터 살까 말까 고민하며 찜해둔 책이었는데 좀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저께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재고가 팔려 주문을 넣었고, 어제 새 책이 입고되었는데, 표지에 '알쓸인잡 추천도서'라는 금색 스티커가 떡하니 붙은 채로 들어온 것이다. <종의 기원>은 사이언스북스에서 기획한 [드디어 다윈]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해당 시리즈는 전부 비닐 패킹된 양장본으로 출시되었다. 그러니까 M과 나는 비닐 패킹도 없이 표지에 스티커가 붙은 채로 들어온 책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스티커 붙은 책을 즉시 반품한 뒤 다른 거래처에 재주문을 넣었는데, 오늘 똑같은 상태의 책이 재입고되었다. M은 "이제 이렇게 나오려나 봐요"라고 그런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했지만 나는 도저히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으므로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그렇게 출고된 것이 맞습니다. 앞으로 해당 형태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또 화가 난다. 비닐 패킹 위에 붙인 것도 아니고, 띠지를 덧댄 것도 아니고, 홍보용 스티커를 표지 위에 떡하니 붙여 판매할 생각을 하다니. 나는 딱히 책을 아끼는 편도 아닐뿐더러 (서점의 다른 동료들에 비하면) 전혀! 예민하지 않은 고객이자 독자이고, 알쓸인잡의 성실한 팬이었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솔직히 이 상황은 개념이 없는 행동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감히... 표지에 스티커를 붙이다니...! 동료 O가 "알쓸인잡 추천이라는 스티커를 보고 살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하길래 나는 이렇게 응수했다. "알쓸인잡 추천도서라는 이유로 살 수는 있지만, 그들이 과연 그 스티커를 표지에 붙이고 다니고 싶을까요?"


서점에서 여러 책을 만나다 보면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지는 황당한 책들이 의외로 많다. 한 번은 책날개가 책의 뒤표지까지 감싸는 형태의 듣도 보도 못한 책이 등장했는데, 책을 펼칠 때마다 지나치게 긴 날개가 아래로 덜렁거리며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조금만 건드려도 쩍쩍 갈라지는 재질의 종이로 커버를 제작해 소비자로 하여금 헌 책을 새 책 값에 사는 호구의 기분을 체험시켜 주는 책도 있다. 이렇게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왕왕 등장하지만, 만든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철학과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으리라. 그러니까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고, 마음에 안 들면 안 사면 그만이다.


다만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종의 기원>처럼 사고 싶은 책이 이해 안 되는 형태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이 경우는 용서가 조금 어려워진다. 심지어 사이언스북스의 <종의 기원>은 보기 드물게 디자인이며 퀄리티가 잘 뽑힌 책 중 하나란 말이지! 누구신지 모를 담당자님이여, 제발 그 선택 철회해 주오...


702406244.267079.JPG 오늘 받은 따끈따끈한 신상! 마르지엘라 메모리 박스

나만의 향을 찾기 위한 여정의 일환으로, 메종 마르지엘라의 메모리 박스를 구매했다.

불렛저널에 향 노트 컬렉션을 만들어야겠다. 올해는 찾고 말 테다, 내 향수!



감우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2023년 4월 4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