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7일 금요일

출근_서점 일기

by 감우

오늘은 서점원이 되고 처음으로 손님과 약간의 언쟁을 벌였다. 문제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되었다. 공인중개사 책을 구매했는데 오늘 보니 2022년도에 출간된 책이었다며, 어떻게 이런 책을 팔 수 있냐고 다짜고짜 따져드는 것 아니겠는가. 표지에 떡하니 출간 연도가 적혀 있는 책을 2월 초에 사 가 놓고는 오늘에서야 2022년도 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지만, 이미 구매 후 두 달이 넘는 시간이 흐른 데다 구매 당시에는 개정판이 나오기 전이었다는 점, 그리고 심지어! 이미 책에 필기를 해 놓았다는 점 등등을 고려했을 때 굳이 서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교환이나 환불을 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와 동료들의 판단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사정 설명을 했는데 수화기 너머 아주머니의 반복되는 한 마디가 몹시 거슬렸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대체 뭘 어떻게 그러실 수 있냐는 말인가. 수험서는 대표적인 시기물 도서이니만큼 개정판이 나오는 즉시 구판은 절판 처리되는데, 그 말은 개정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몇 년도에 나온 책이든간에 그 책이 가장 신간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서점은 절판된 책이 아닌 이상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책을 빼지 않는다. (물론 어느 서점이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하지만 그 아주머니에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무조건 서점의 잘못인 것으로 우긴 다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야 말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상태였으니까.


보통은 좋게 좋게 넘어가자 주의이고, 내가 먼저 굽히거나 사과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편인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어깃장을 놓는 경우에는 나도 오기가 생긴다. 무엇을 바라는지가 너무 명확하여 그것만큼은 해 주고 싶지 않아 진달까? 본인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열과 성을 다해 남 탓을 해대는 사람에게는 나도 굳이 예의를 차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손님들은 항상 자신이 뭔가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다소 우스운 갑질을 시작한다.

"내가 이 서점을 얼마나 오래 다녔는데."

"내가 이 서점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내가 거기서 책을 얼마나 많이 샀는데."

역시나 이 아주머니도 "내가 거기서 문제집만 수백만 원어치를 샀는데"를 시전 했고, 그 말이 나온 순간 나는 그 손님을 사장에게 토스해 버렸다. 내 기분대로 감정싸움을 계속하다가 서점이 그 손님을 잃게 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장이 판단하고 해결할 일이다.


대신 나는 그분과 통화를 하며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더 나아가, 내가 사장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하고 옳은 처사인 걸까. 손님에게 마냥 휘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고, 손님에게 업장에 대한 악감정을 품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닐 테다. 하지만 정확한 건 사장이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문제라는 것. 책임도 내가 지고 손해도 내가 봐야 하는 입장이 됐을 때는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지도 모르겠다.


그 손님은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월요일에 책을 교환하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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