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0일 월요일

꿈엔들 잊힐리야

by 감우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긴 시험이 드디어 끝나는 꿈을. 나는 안도했다. 뿌듯함, 홀가분함, 편안함, 온갖 나른한 감정들이 몰려왔다. 나른함에 젖어들 때쯤, 돌아가신 셋째 큰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의 아버지는 9남매 중 여섯째였다. 나의 어린 시절 명절 풍경은 언제나 어른과 아이들이 가득 들어찬 집에서 왁자지껄 북적이는 소리와 가스불 위에서 쉴 새 없이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줄지어선 냄비들로 대변된다. 꿈속에서 나는 꼭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사촌오빠들까지 속속 집으로 모여들었다. 한참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였다. 그곳에 있는 모두는 옅은 미소를 띤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곧 큰아버지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큰아버지는 언제나 그랬듯, 나를 꼭 안고 "우리 단비" 하고 낮게 읊조릴 뿐이었다. 나는 그 품이 너무 포근해서 꿈인 줄 알면서도 깨고 싶지 않아 졌다.


휴무였던 주말 이틀 동안 그간 밀린 잠을 몰아 잔 기분이다. 어젯밤도 어김없이 나도 모르는 새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꿈을 꾸었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둘러 모여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던 대가족의 풍경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축소되었고 할머니의 죽음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였던 건 작년 말, 셋째 큰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였다. 우리가 함께였던 그 시절이 너무나 아득해서 차라리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이렇게, 꿈에서만 그 풍경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unsplash. 어쩌면 기록 없이도 망각되지 않는 것들이 진짜 의미 있는 것들 인지도.



이제 휴무날은 기록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날이 필요하다. 특별히 피곤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혓바늘이 돋아 며칠 고생을 했는데, 지난 이틀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잠을 청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혓바늘도 사라져 버렸다. 주말 내내 기절하듯 잠드는 나를 본 남편은, 하루를 야무지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너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일침을 남겼다.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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