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 그리고 기록에 대하여
오늘 서점은 바쁜 듯 한가했고 한가한 듯 바쁘게 흘러갔다. 어제의 고요했던 평화가 무색하게 엄청난 책이 쏟아져 들어왔다. 역시 월요일!
서점이 한가해질 때면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곤 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알라딘을 배회하다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신간인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발견했다. 스크롤을 조금 내리다 보면 김상욱 교수의 추천사가 등장한다.
출판 시장에서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이 책"은 셀 수도 없이 많아서 M과 나는 저런 홍보 문구를 보면 말없이 마주 보다 웃음을 터트리곤 하지만, 또 어쩔 수없이 혹하게 되어 "단 한 권의 책이 우리 서점에 없어서야 되겠어요?" 하면서 주문을 넣었다.
회사원 시절 나도 매일같이 숱한 카피 문구를 써댔지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문장이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또 대체 불가한 표현들이 분명 존재하기에 돌림노래처럼 엇비슷한 문장을 쓰고 또 쓰게 된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이 책"도 아마 그런 문장일 테다. '또 이 지랄이네' 하면서도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장바구니에 담게 되는 마법의 주문인 것이다. 내 책은 아니지만 내일이면 마법의 주문이 담긴 책을 만날 수 있다.
좋은 기록은 어떤 기록일까 고민하다 문득,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유의미하고 가치 있는 것을 기록해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짓누른 나머지 나의 모든 기록이 하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졌지만, 사실은 모든 기록이 (그것이 무엇이든) 시간의 흔적으로 남아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는 것. 그러니까 이곳에 올리는 글을 좀 더 부담 없이 써도 좋을 듯싶다. 내가 이곳에 어떤 말을 적어놓든 간에, 2023년 4월 17일 월요일이라는 다시 오지 않을 하루의 흔적을 남긴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제목이 날짜로 되어 있는 페이지에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의식을 의식적으로 오늘, 그러니까 현재로 끌어 올 수 있게 된다. 자꾸 내일로 달려 나가는 의식을 현재에 집중하도록 붙들고 다잡는 일은 언제나 풀기 어려운 과제였으므로, 오늘은 새삼 본 매거진을 개설한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더불어 나에게는 유의미하고 가치 있을 수 있으나 실상은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은, 일관된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닌, 그래서 다음이 기대되지도 않는 글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올리는 이곳에 찾아와 주시는 여러분께도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