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8일 화요일

의식의 흐름에 따른 사유의 기록

by 감우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매일 한 편씩 읽고 있다. 꼭 그러려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긴 이야기의 허리를 툭 떼어놓은 것 같은, 그래서 시작도 끝도 모호하게 느껴지는 단편들을 약간은 의무적으로 읽어왔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단편의 진정한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카버의 글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감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제 고이 모셔두었던 카버의 마지막 미(未)독 책, <대성당>을 읽을 때가 된 것인지도.


매일 수십 혹은 수백 권의 수험서를 팔고 있는 M과 나는 앞으로 모든 수험생들에게 설문지를 선(先) 작성하게 한 후 책을 판매하자는 이야기를 우스개 소리로 나눴다. 해당 설문지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 (객관식) 이 책을 구매하는 이유를 고르시오
1) 서류 접수 후 합격을 기대하며
2) 서류전형 합격 통보를 받아서
3) 취업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4) 무료한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취미 삼아
5) (직접 기입)

- (주관식) 현재 준비 중인 시험이 있다면 시험의 이름과 시험 일시를 명확하게 기입하시오

- (서술형)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 [선택](서술형) 출간되길 바라거나 시정되길 바라는 교재의 특성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로스쿨, 그 외] 섹션으로 나눠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후, 해당 데이터를 모아 수험서 전문 출판사에 비싼 값에 팔아먹자는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키득댔는데, 이 대범한 실험이 실현될 수만 있다면 꽤나 재미있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M의 마지막 말은 가히 압권이었다.

"아마 그들도 잘 모를 걸요?"


오디오북으로 <장미의 이름>을 듣고 있는데, 여성을 사악한 존재로 치부하는 여러 장면들을 거듭하여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혐오와 멸시에서 비롯된 차별의 기저에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아닌 두려움이 본질로 자리매김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백인은 흑인의 강인한 신체와 타고난 예술성이 두려워 그들을 지독하게 핍박하였고, 남성은 여성의 유려한 언변과 화려한 외모가 그들을 무력하게 굴복시키고 말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들을 사악한 존재로 만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먼저 공격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그러니까 모든 독재자들은 어쩌면 가장 유약한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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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에서 '단 한 권의 책', <프린키피아>

애석하게도 마법의 주문이 담긴 책은 비닐 패킹이 되어 있었고..! 뉴턴의 역작에 다가서려면 결국 구매밖에는 방법이 없지만, 내가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래도 아무튼, 디자인은 참 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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