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4일 월요일

휴무 이브, 취해서 하는 아무 말 대잔치

by 감우

오늘은 역대급으로 늦잠을 자 버렸고, 대대적인 지각을 하게 되었다. 피곤이 누적된 탓인지 요즘은 아무리 일찍 자더라도 피곤하고, 아침에 일어나기가 유독 힘겨워서 마시는 커피 양이 점점 늘고 있다. 내일 하고 모레는 다행히도! 쉬는 날이기 때문에, 양껏 잘 생각에 조금 들떠 있는 상태다.


저녁 무렵, 서점 동료 O가 <스토너>에 대한 감상을 묻길래 잠깐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O는 스토너가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스토너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과 약간의 반골 심리가 발동하여, 생각보다 불쌍한 사람은 아니라고 곧바로 되받아쳤다. O는 지독한 악처를 만나 스토너와 딸이 너무도 괴로운 일생을 보내게 되었다고 피력했는데, 나는 약간의 우스개를 섞어 "그러니까 우리는 그 대목에서 외모만 보고 사랑에 빠지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거죠." 하고 응수해 주었다. 그러니까 스토너는 불쌍한 피해자가 아니라 본인의 섣부른 선택을 일생에 걸쳐 책임지게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번듯한 대학의 종신교수를 우리 따위가 뭔데 불쌍하다 만다 하느냐 말이다! 그렇게 내면 깊숙이까지 파고들었을 때 불쌍하지 않은 인간이 단 한 명이라도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느냐고 되물으려다 그만두었다. 마지막 장에서 오열을 금치 못했다는 내 말에 O가 의아해하며 그렇게까지 슬픈 내용이었나? 하길래, 한 사람의 일생이 일순간 주마등처럼 스쳐가니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있나요, 했다. O는 크 하며 장난 섞인 환호를 보내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을 했다.


아무튼 나는 책 이야기라면 나와 반대되는 입장의 사람과의 대화라도 언제나 즐겁다.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나 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한 가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틴더와 북클럽을 교묘하게 믹스해서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 데이팅 어플을 만드는 것이다. 기독교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데이팅 어플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것과 어느 정도 유사한 지점이 있다. 의외로 가까운 주변을 둘러보면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진 이는 더욱 만나기 힘들기 마련인데 어플이 바로 그 미묘한 구석을 파고들어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거의 평생을 종교인으로 살아봐서 하는 말이지만, 종교가 같은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종교를 대하는 온도의 차이이다. 아무리 종교가 같더라도 온도가 다르면 불화를 면치 못한다. 책도 마찬가지인데, 같은 애독가가 만나더라도 문학을 사랑하는 남자와 자기 계발서를 사랑하는 여자가 만나면 결코 하나가 되기 어렵다. 그러니까 어플을 통해 미리 간도 좀 보고, 상대 성향과 취향 파악도 좀 하고, 이야기도 몇 마디 나눠 보면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조금은 더 올라가지 않겠는가! 더불어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그 자체에 갈증이 있는 사람들도 좀 더 수월하게 독서 메이트를 찾을 수 있게 되고 말이지!


그러려면 일단 IT 인재를 섭외해야 할까? 아무튼! 꽤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생각이고, 남편에게조차 말한 적 없는 특급 기밀 아이디어이지만, 이곳에 와서 내 글을 읽어 주는 당신 같이 착한 사람에게라면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 내어 말하는 것이니, 아이디어를 훔쳐갈 생각은 하지 말기를! 언젠간 내손으로 꼭 만들고 말 테니까!


사실 오늘은 휴무 이브를 즐기기 위해 보드카와 맥주를 섞어 두 잔 가득 때려 마시고 약간 알딸딸해진 상태라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은 당신이 이 글을 끝까지 읽지 못했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바이며, 나는 이제 그만 꿈나라로 떠나야겠다. 내일 하고 모레는 나의 재미없고 지루한 글도 올라오지 않을 테니, 당신도 기쁜 마음으로 안녕히 지내시기를!


그럼 우린, 목요일에 또 만나요, 제발~~ :)


@unsplash, 웃음이 절로 나는 휴무 전야의 내 마음 Sso happ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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