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7일 목요일

간략 휴무 보고 및 읽고 쓰는 삶에 대하여

by 감우

이틀간의 휴무는 넷플릭스에 새로 공개된 '베벌리 힐스의 진짜 주부들'과 함께 쏜살같이 흘러갔다. '베벌리 힐스의 진짜 주부들'은, '대체 내가 왜 이걸 보고 있는 거지'싶은 현타가 실시간으로 몰려오는 환장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다. 4-50대 여성들이 모여 말 같지도 않은 싸움을 해대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 전 이곳에 썼던 피로 맺어진 연대니 뭐니 하는 생각은 개나 줘 버리라는 마음이 되고, 먹고살 걱정이 해결되고 나면 저렇게 쓸데없는 데에 시간과 마음을 쓰게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보는 이유는? 재밌으니까! (원래 싸움 구경은 여자들 싸움이 진짜거든요 :))


그리고 드디어! 언제 빌렸는지 기억도 안 나는 노션 책을 펼쳤고, 대대적인 독서 기록 레노베이션에 착수했다. 기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후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읽고 쓰는 삶'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모이고 있다. 다만 모든 기록을 손글씨로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기록을 다시 살펴보기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읽기'에 대한 기록만큼은 노션을 활용하기로 했다. 페이지 이름은 '읽기의 모든 기록'.


휴무 동안 책은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했고, 잠은 생각보다 많이 잤다. 일을 쉬는 날은 웬만하면 나를 최대한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시간을 어떻게 쓰더라도 어떤 죄책감도 갖지 않으려 애쓴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독 했고, 코멘터리 북까지 전부 읽었다. 휴무 동안 읽은 것은 이게 전부이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이 나에게 무슨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그리고 이 작업을 일종의 훈련으로 여기기로 했다. 매일 쓰는 연습을 하고, 매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는 훈련으로. 무엇을 위한 훈련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반드시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거나, '언젠가는 기필코 소설을 써야지'따위의 가시적 목표를 세워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목표가 없다고 쓰기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가고 있다.


오늘 서점의 시간은 가만가만 흘러갔고, 별다른 이슈는 발생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아동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서 M과 서가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눴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화의 끝은 '노답'이라는 한 마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서가 부족 현상은 사실상 전 층이 모두 겪고 있는 일이라 카테고리가 애매한 신간이 들어올 때면 우리 층 책이 아니라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각 층 직원들이 한데 모여 꽤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참! 올해도 민음북클럽에 가입했다. 이번 북클럽 상품 구성은 솔직히 몹시 불만스럽지만, 북클럽 에디션을 포기할 만큼의 불만은 아니어서 가입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역시 불만은 불만이다. 북클럽에 가입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책 6권을 받게 되고, 이미 집에도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북클럽 상품 구성에 또! '읽을거리'라는 정체 모를 책을 (무려 두 권씩이나!) 포함시켜 놓고는 트래커까지 손수 만들어 숙제하는 마음을 갖게 하다니!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책 선물 받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읽을거리는 내가 알아서 고르겠다고!)


오늘 서점 동료 O와도 이에 대해 한참 이야기했는데(O도 나와 같은 이유로 고민하다 결국 북클럽에 가입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읽을거리'라고 명명된 정체 모를 두 권의 책이 예상과 달리 엄청 좋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은근슬쩍 공유하기도 했다. 요즘은 곳곳에 볼거리, 읽을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고르는 게 아주 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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