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1일 목요일

우리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위하여, 평어를 사용합시다(?)

by 감우

북클럽에 가입하면 딸려오는 '잡동산이'에는 평어의 개념을 소개하는 에세이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나는 '평어'라는 개념을 민음사 북클럽에 처음으로 가입한 작년에 알게 되었다. 북클럽 커뮤니티는 평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평어란 기본적으로는 반말의 모양새를 띄지만 그렇다고 반말은 아니다. 존중은 잃지 않되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자는 취지로 그들 사이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대화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호칭이나 화법에 따라 대화의 주제나 깊이도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기회는 일상 도처에 널려 있다. 특히 업무 공간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도드라진다. 개인적으로 '언니' '오빠' 같은 호칭은 업무 환경에서 사용되기엔 적절하지 않은, 지극히 사적인 호칭이라고 생각되어 지양한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선배' 호칭을 요구받았는데, 전사적으로 통용되는 호칭이 아닌, 몇몇 부서 안에서만 사용되는 호칭이었기에 거부감이 더욱 컸다. 더군다나 '선배'라는 워딩을 내 입으로 소리 내어 발화해 본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해당 호칭이 더욱 불편했다. 결국 나는 그들을 최소한으로 불렀고, 되도록 호칭 없이 말했으며, 그렇게 대화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스타트업의 경우 닉네임이나 영어 이름을 만들어 '씨'나 '님' 혹은 직책을 생략하고 닉네임이나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것도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다. 저마다의 고유한 이름을 가진 한국인들이 모여 뜬금없이 영어 이름을 지어 부른다는 건 좀 웃기지 않나? 그러니까 민음사에서 제안하는 '평어'는 꽤나 매력적인 대체제가 된다. 입으로는 평등과 자유를 외치면서도 저 밑바닥 어딘가에 은밀하게 숨겨둔 수직 구조에 대한 갈망을 내려놓고, 내가 대우해 준 만큼 나도 대우받고 싶다는 보상 심리를 버릴 수만 있다면, 우리도 세대나 지위를 뛰어넘어 원활하고 자유로운 소통이 자연스러워지는 사회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업무적 타성에 젖지 않은 신입의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 다시 한번 새롭게 도약하는 시니어를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문장 끝에 '요'나 '다'를 붙인다고 상대를 반드시 존중한다는 의미가 아니듯, 우리가 문장 끝에 '요'나 '다'를 붙이지 않는다고 상대를 반드시 무시하거나 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상대의 나이나 직위와 상관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명확하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 달부터는 우리나라도 만 나이 적용이 법적으로 공식화되며, 그에 따라 한 살 더 먹는 시기도 제각각 달라질 터인데, 언제까지 몇 달 먼저 태어나고 늦게 태어났는지를 따져가며 그것으로 서열을 정리할 수 있겠는가. 다소 쪼잔하면서도 지극히 중대했던, 나이에 따른 서열화를 해결하는 키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청년 세대들이 쥐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바다. 우리가 이 좀스러운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다시금 대를 물려가며 "너 몇 살이야! 민증 까고 얘기해"의 역사가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잡동산이'에 수록된 평어 에세이 중 한 문장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평등의 가치는 높이거나 낮춤으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할 때 실현되는 것이다.

@unsplash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줘서 고마워!

내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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