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쓰는 글

나도 한다, 연재

by 감우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으며 살았다. 혼자 끄적이던 글이나 브런치에 올릴 글은 물론이고 집착적으로 관리하던 가계부도 쓰지 않고, 인스타그램도 제쳐두고, 불렛저널도 열어 보지 않았다. 나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기라도 한 듯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어떤 직무를 유기하는 기분, 어떤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기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약간의 심적 불편함이 있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갑자기 풍족해진 시간을 양껏 누리는 시간을 보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읽고 싶은 것을 읽는 시간을 마음껏 보내면서, 출근을 했다 퇴근을 하고 돌아와도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나날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기록’이라는 미명하에 숱하게 허비했던 나의 시간들을 다시금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실험의 주제는 매우 단순했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기.”

이 은밀한 실험의 결과로 몇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1. 나는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조금은 의미 없게 느껴진다.

2. 나는 내 생각보다 조금 더, 책 읽는 행위를 좋아하고 있다.

3. 나는 글이 쓰고 싶다.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결국 다시 읽고 쓰기다.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그것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런치는 어쩌지?’ 내게 브런치는 언제나 양날의 검이다. 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생긴 초창기에 이곳에 발을 들였는데, 결코 착실한 유저는 아니었다. 내가 브런치에 가장 성실하게 임했던 시기는 수개월 전,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하루에 한 편 쓰기” 실험을 진행하던 때였는데, 그 시간들은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이곳에서 경험한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정말로 매일 뭔가를 썼고, 또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 글을 쓰다 보면 항상 이런 생각들이 따라다닌다.


- 아무도 안 읽는 글을 왜 쓰나

- 타인이 좋아할 것 같은 글을 골라 쓰는 것은 또 무슨 의미가 있나

- 굳이 이런 허섭스레기 같은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할 가치가 있나

-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이렇다 할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또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하루 한편 실험 중에 느낀 즐거움을 잊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홀로 은밀하게 쓰는 글들과는 다르게 이곳에서 쓰는 글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어차피 이곳에서 스타가 되기는 그른 것 같으니 그냥 영원한 언더독으로 남아 어차피 아무도 안 읽을 글을 자유롭게 쓰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나는 이제 브런치북을 만들겠다느니 하는 목표도 내다 버리고, 그냥 대충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뇌까리는 필자가 돼보려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매주 월요일에, 그날 떠오른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대단히 재미없는 글이 올라올 예정이라는 말!


이곳에서 몇 번 연재 비슷한 것을 시도하긴 했으나 내 하찮은 성실성은 결코 성실한 연재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러니까 새로운 실험의 시작이다.

실험의 제목은 바로

”나도 한다, 연재“


얘는 새로 들인 화분, 이름은 화이트 디시디아, 별명은 에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