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수
대체로 별일 없이 조용한 이번 주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느지막한 오후 즈음, 한 손님이 들어와 한 권 남은 하루키의 <잡문집>을 구매하셨는데, 결제 과정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제가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려도 될까요?"
수수한 얼굴에 선선한 표정을 하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건네는 그 모습에 나는 이미 반쯤 마음을 주어 버렸다. 첫 책을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독립 출판물 작가님이셨는데, 뒤이어 나오는 말은 더욱 흥미로웠다.
"사실 제가 음악을 하고 있는데요, 전역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
(여성 작가님이셨다.)
큐레이션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갓 나온 책 한 권을 선물하고, 짤막한 인사와 소개를 나누고, 본인 책에 대한 입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선물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감사히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제목은 <잊어버릴 농담들>
작가님이 돌아 나가시고, 천천히 책날개의 소개글을 읽어 보았다.
지은이 김지은
더 나은 지은이가 되고 싶어서
이야기를 지어내고 곡을 짓고 밥을 지어먹는 사람.
죽기 전에 한 번은 음악을 해보겠다고 하던 일도
때려치우고 모아 온 돈을 부어 작업실을 차렸는데
전 세계적 전염병이 덮쳤다.
작업실 월세를 벌러 공군 통역장교로 입대했다.
퇴역 후 버클리 음대 입학을 앞두고 있다.
'카더라'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부른다.
나는 이 소개글만으로, 지은이 김지은에게 이미 반해 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책을 읽어 보지도 않고 입고 승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예의가 아닐 듯하여 일단 책을 읽어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