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8. 금
출근할 때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쏟아졌고, 당연하게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꽤나 여유롭게 매주 금요일 연재되던 [내가 진짜 사장이 되다니]의 마지막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지난 7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며 마지막 글을 발행하려니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지금껏 브런치에 써둔 글들을 하나하나 톺아보면 감회가 새롭다. '불안을 극복하는 3가지 방법'이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나는 그 방법들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내가 써둔 글들이 나의 불안을 해소시킨다. 어제의 꿈이 오늘이 되어가는 과정, 언젠가의 꿈을 이룬 뒤에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나를 안도하게 한다. 이전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현재의 걱정과 불안이 왠지 잘 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생각까지 든다.
플로팅은 내일부터 무려 4일이나 영업을 쉰다. 플로팅을 오픈한 이래로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 건 처음이다. 하필 10월은 주말 매출이 지난날들에 비해 급격하게 높아졌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냥 영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금요 에세이 마지막 글을 발행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몇 가지 새로운 다짐을 하기로 했다.
1. 이미 결정한 것을 재고하지 않기.
2. 이미 벌어진 일을 후회하지 말기.
비밀 하나를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운명론자다. 내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운명론자다. 성공도 실패도, 성취도 좌절도, 내가 했고 앞으로도 하게 될 셀 수 없이 많은 실수들도, 모두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손님이 없던 와중에 어제 오셨던 손님이 오늘 또 방문해 주셨다. 나는 기본적으로 손님들과 내밀한 대화를 즐기는 판매자 유형은 아닌데, 오늘은 워낙 한가했던 터라 손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손님은 매우 직접적인 표현들로 플로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분은 오늘 책을 한 권 바꿔 가셨고, 물건은 아무것도 사지 않으셨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내일 본가로 내려가신다고 했다. 새로운 물건을 소비할 타이밍이 아니다. 산다고 하셨어도 내가 말렸을 테다. 대신 나는 손님이 마음에 들어 했으나 품절되어 재고가 없던 초록색 연필캡의 샘플을 선물로 드렸다. 그분이 언젠간 다시 오실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비의 타이밍이 주어졌을 때 분명 이곳을 다시 찾아 기꺼이 지갑을 여실 테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반드시 다시 오실 손님 한 분을 확보한 것이다. 이렇게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다. 이 공간을 진심으로 아끼고, 내가 물건과 디피로 건네는 이야기들을 경청해 주시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가기를. 그렇게 오래오래 뭉근하게 끓어오르기를.
내일은 어떤 운명이 나를 기다릴지 기대된다. 아마도 만취의 운명이려나? 아무튼 용기가 솟구치는 기분 좋은 밤이다.
일기도 수요일에 다시 돌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