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목
수능날의 플로팅, 어제와 다를 바 없음. 그나저나 수능날이 이렇게 안 추워도 되나? 지구 곧 망할 각.
엄마가 귤 한 박스를 보내줘서 오늘은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온 동네 귤 돌리면서 시작. 일찍 출근한 김에 아랫집 사장님이랑 우아하게 티타임도 가짐. 그렇게 온갖 여유를 떨다 오히려 평소보다 늦게 하루 일과 시작. 보통 책부터 읽고 시작하는데 순서가 좀 바뀌는 바람에 하루 일과가 미세하게 어그러지며 결국 야근행.
산-다아는 게- 다 이런 거 아니겠니이~
화장실에 며칠째 날아다니고 있는 날벌레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생각했다. '나 정말 강해졌군.'
플로팅을 시작하며 내게 생긴 가시적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벌레를 잘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심했냐고 물어보면 나는 항상 농반진반으로 이렇게 답하곤 했다. "그 남자가 벌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잡거든." 그랬던 내가 이제 스스로 척척 벌레를 잡는다. 나는 강해졌다. 내일은 더 강해지겠지. 처음은 어렵지만 두 번째부터는 강해진다.
수능 날인 만큼 오늘은 플로팅 인스타그램에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짧은 편지도 썼다. 오늘 하루에 인생 전부를 걸지 말라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류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학창 시절을 누구보다 성실히 보내 얻어낸 결과물에 대해 그들은 마땅히 인정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나 같은 사람도 있다고. 최종학력 고졸인 나 같은 사람도 이제껏 내 밥벌이 스스로 하면서 잘만 살았다고. 이러구러 구르다 보니 지금은 작은 가게의 사장도 되었다고. 그러니까 대학의 이름이 인생의 전부인 것은 결코 아니라고. 오늘 하루의 결과에 세상이 무너질 거란 생각은 제발 하지 말라고, 그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수능 날 자살했다는 소식만큼은 제발, 제발! 그만 듣고 싶다. 그깟 거 때문에 죽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고. 이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무튼 오늘도 무사히, 플로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