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6. 목
내가 크리스마스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테다. 야심 차게 크리스마스 단 하루 전 품목 10% 할인 이벤트까지 기획해 두었는데, 24일 새벽, 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든 생각을 솔직히 고백하자면,
1. 예약해 둔 크리스마스 케이크 어떡하지?
2. 24/25 크리스마스 대목에 기대했던 플로팅 매출 어떡하지?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장사가 뭐라고, 인간이 이렇게 된다. 거 참.
그래도 역시나,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죽음은 내가 본 모든 죽음 중 가장 호상이라 할 만했다. 노환으로 한동안 요양병원에 계시던 할머니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나뿐인 아들의 지극한 간병을 받다가 주무시듯 돌아가셨다고 했다. 96년 생의 마지막은 무척이나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내 할머니가 아니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린 나를 키워 주셨던, 어린 나의 친구이자 보호자이자 가장 사랑하는 존재였던, 내가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마지막 존재가 되어버린, 무한히 애틋하기만 한 나의 외할머니가 꼭 그렇게 돌아가셨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으므로, 시 외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아서 가볍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좌우지간 졸지에 3일을 연달아 휴업해 버린 플로팅이 오랜만에 문을 열었는데, 의아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끊임없이 플로팅을 찾아 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정말로 손님 총량의 법칙이 존재하는 걸지도? 내가 24/25 이틀간 얼마만큼의 손님을 놓쳤는지, 얼마만큼의 매출을 포기한 것인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벌면 또 얼마나 벌었겠나요.) 지나간 것은 얼른 잊고, 내게 허락된 앞으로의 날들에 더욱 집중해야지. 영업일로 따지면 플로팅의 2024년은 고작 4일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이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하루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목에 돌리며, 분명 내가 주었는데도 어쩐지 내가 더 받은 것 같은 충만함을 느꼈다. 역시나 일 년에 한 번쯤은 감사를 직접 전하며 살아야지. 오늘은 여러모로 정신이 쏙 빠지게 바쁜 하루였는데, 오늘을 마무리하며 내가 할 말은 오직 감사뿐인 듯하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목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