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플로팅일기_연말에는 생각이 많아지는 법

2024.12.27. 금

by 감우

어제는 정말 24/25 이틀 치의 밀린 손님들이 오셨던 것인지, 오늘은 어제보다는 못한 수준. 그래도 제법 많은 분들이 플로팅을 찾아 주셨다. 12월은 확실히 선물 구매 손님이 늘었다. 2024년이 4일 남았다. 별로 실감은 안 나지만 아무튼 진짜 4일밖에 안 남았다. 실감은 나지 않아도 연말은 연말이라는 걸까. 이번 주는 심각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짐. 내 머릿속은 '릴스 만들어야 하는데.', '온라인 올려야 하는데.', '내년에도 온라인 매출 안 나오면 큰일인데.', '글도 써야 하는데.', '책도 읽어야 하는데.' 등등의 잡념들이 가득 찬 상태인데, 어쩐지 '뭐 어때 연말이잖아~'하는 무의식의 소리가 모든 것에 흐린 눈을 적용시키는 중이다. 걱정거리들은 전부 내년으로 미뤄두고 평온한 연말을 만끽하고 싶어 진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내년부터 열심히 하면 되지!" 하며 다시 웃을 수 있는 게 바로 연말의 미덕인 거겠지.


플로팅에는 가끔 부녀 손님이 오실 때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린 딸을 데리고 오는 젊은 아빠보다, 중년의 신사와 아가씨 따님이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다는 것. 아빠랑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며 이런 작은 상점을 구경해 본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그 풍경이 신기하면서도 언제나 보기 좋게 느껴진다. 부녀 손님은 대체로 책을 구매해 가신다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점이다. 오늘도 그런 손님이 방문하셨는데, "조용하고 편안한 게 참 좋은 기분이 드는 곳이네." 아빠가 말하고, "맞아, 근데 여기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라고." 딸이 답하는 작은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나는 그 말들이 참 좋아서, 2025년 플로팅의 목표를 '나만 알고 싶어 지는 가게 되기'로 정하기로 했다. 역시 이번에도, 딸이 고른 책 한 권을 아빠의 카드로 결제하는 것으로 그들의 플로팅 방문이 마무리되었다.


만인의 플로팅이 되어 365일 올리브영처럼 북적이게 만들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나만 알고 싶은 가게'가 되는 편이 더 멋진 일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난 누구보다 열렬하게 부자를 꿈꾸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과 멋 중 하나만 고르라는 선택지가 주어지면, 언제나 멋을 고르게 된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부유하고 멋진 사람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요?)


멋진 사람이 되려면 일단 '멋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인 내년 목표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2025년에는 나만의 멋을 찾고 싶다. 스타일면에서도 이제는 다양한 변화나 새로운 도전보다는 정착할 만한 나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다. 아마도 내년이 내가 30대 초반으로 불릴 마지막 해일테니, 외양도 내양도 좀 더 단단하게 멋스러워지고 싶다. 나의 추구미와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시간으로 삼아보면 좋겠다. 이제까지는 딱히 추구미랄 것도 없이 내깔리는 대로 살았는데, 그럼 일단 추구미부터 찾아야 하려나?


10년 전의 나를 생각해 본다. 그때의 내가 상상하던 10년 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한편으로는 더 괜찮고, 한편으로는 덜 괜찮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좋은 쪽에 가깝다. 그 사실이 나를 지탱한다. 10년 후의 나를 애써 상상하려 노력하지는 않지만, 10년 후의 나도 분명, 한편으로는 더 괜찮고, 한편으로는 덜 괜찮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더 나은 쪽으로 가 있을 테다. 그것만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시, 살아 볼 만한 인생이다.

KakaoTalk_20241227_195301059.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플로팅 일기_밤새 안녕이라는 말